중소기업중앙회장 연임 제한 규정 폐지를 두고 갈등에 휩싸인 중소기업계에서 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행 간선제를 회원 단체의 의견을 보다 폭넓게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16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기중앙회 노동조합(노조)은 회장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을 반대하는 동시에 향후 직선제 도입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 관계자는 "특정인을 염두에 둔 행동은 아니다"라면서도 "유사한 조직 구조와 공적 기능을 갖춘 농협에서도 직선제 검토가 이뤄지고 있어 조직 운영의 민주성과 대표성 강화를 위해 관련 논의를 시작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예산으로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는 중기중앙회의 회장은 '중통령'으로 불리며 830만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의 수장이다. 부총리급 대우를 받고, 대통령 해외 순방에도 동행하는 등 경제 단체로서 위상이 높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특정 활동비로 지급되는 금액이 연간 1억원을 웃돈다. 중기중앙회가 최대 지분을 보유한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을 맡아 연 4800만원의 보수도 받는다.
1961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제정된 이래 회장은 간선제로 선출됐다. 지금도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500여 명이 투표를 통해 중기중앙회장을 선출한다.
현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제23·24대 중기중앙회장을 지낸 데 이어, 2019년부터 현재까지 제26·27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일부에서는 상징성과 권한 등을 고려해 중기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으나 이를 공론화할 계기는 없었다. 하지만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현행 중소기업협동조합법상 임원 연임 제한 규정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개정안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1회에 한정해 연임할 수 있다'는 규정을 '연임할 수 있다'로 바꿔 연임 횟수 제한을 없앴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임기도 '두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는 조항을 '연임에 관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한다'로 바꿨다.
노조 측은 "개정안이 협동조합의 사유화를 부추기고, 민주적 운영과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중기중앙회처럼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도 임기와 연임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와 역대 회장단의 반대가 이어지자 개정안은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와 의원들 간 의견이 대립하며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냈다.
임기 제한 규정이 현행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논의는 직선제 도입 여부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최근 당정이 농협중앙회의 금품 선거 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선거 제도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기중앙회 내부에서도 직선제 논의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이른바 '쓰리콘'(레미콘·아스콘·시멘트)만 잡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을 만큼 기득권 위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처럼 모든 농민이 투표하는 직선제로 갈지, 업종별 협동조합 구조와 회원 비율 문제 등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쟁점이 되고 있다"며 "투명한 선거 문화와 정책 중심의 선거 운동을 유도하려면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