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제조 기업 쿠쿠가 코웨이 얼음 정수기 분쟁에 이어 스타트업 앳홈 음식물 처리기 디자인과의 유사성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앳홈 측은 쿠쿠가 자사 디자인을 모방했다고 주장했고, 쿠쿠는 앳홈의 디자인을 무효로 해달라는 심판을 청구하며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2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생활 가전 기업 앳홈은 쿠쿠의 음식물 처리기 디자인이 자사와 유사하다며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앳홈 제조 전문 자회사인 앳홈플랜테크는 음식물 처리기에 관한 디자인을 2023년에 등록했다. 이후 쿠쿠가 지난해 1월 음식물 처리기 디자인을 등록하자 자사와 유사하다고 판단, 해당 디자인을 무효로 해달라며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사건은 특허심판원을 거쳐 특허법원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앳홈은 2018년 4월 설립됐다. 소형 가전 브랜드 '미닉스' 이름을 단 미니 건조기, 식기세척기, 음식물 처리기 등을 출시하며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음식물 처리기는 2024년 매출 1150억원 가운데 520억원을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한 주력 제품이다.
쿠쿠는 지난해 4월 말 6세대 음식물 처리기를 출시했다. 앳홈이 지난해 2월 특허심판원에 디자인을 무효로 해달라며 심판을 청구했으나 일정대로 제품을 출시했다. 작은 크기와 간결한 디자인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해당 음식물 처리기는 출시 3개월 만에 단일 제품으로 누적 매출 93억원을 넘어섰고, 같은 기간 쿠쿠 전체 음식물 처리기 판매량의 69%를 차지했다.
앳홈은 특허심판에서 "(쿠쿠의 디자인은) 우리가 등록한 디자인과 유사하거나 그로부터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이므로 등록이 무효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자인보호법은 이미 국내외에 공개됐거나 널리 알려진 디자인과 같거나 유사한 경우, 조금만 바꿔 쉽게 창작할 수 있으면 디자인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쿠쿠는 "전체적 인상과 미감이 다른 디자인에 해당한다"며 "본체 외관이나 원형 버튼, 후면 필터 커버처럼 음식물 처리기에서 흔히 쓰이는 요소는 업계에서 일반적인 구성이므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의 주된 요소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10월 쿠쿠의 손을 들어줬다. 일부 구성 요소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디자인 유사성을 판단할 때 중요도가 높거나 전체적인 심미감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특허심판원은 "(쿠쿠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미니멀한 심미감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며 창작 수준이 낮은 정도의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양측은 이 사안으로 특허법원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 결정의 타당성을 심리한 뒤 기존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 앳홈은 디자인과 기술 자산을 보호해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쿠쿠는 소송과 별개로 앳홈이 등록한 디자인이 무효라는 취지의 심판을 청구하며 맞서고 있다.
쿠쿠는 코웨이와 정수기 디자인을 두고도 논쟁을 벌였다. 쿠쿠홈시스(284740)가 2024년 출시한 얼음 정수기가 코웨이가 2022년 선보인 아이콘 얼음 정수기와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코웨이는 쿠쿠홈시스에 2024년 8월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합의에 실패했고, 이듬해 4월 판매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