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0일, 자식처럼 키워온 개성공단 내 공장을 하루아침에 빼앗겼습니다. 그 이후 공단 입주기업들은 경영난에 시달렸고, 현재 30%가 넘는 기업이 휴폐업 상태입니다."(조경주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게이트 앞. 북한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차량 심사 게이트를 배경으로 개성공단기업협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10년을 맞은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로 구성된 협회는 '우리는 개성공단에 가고 싶다'는 제목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공단 재개와 입주기업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38곳의 임직원 8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지난 10년간 기업 생존과 재기를 위해 버텨온 현실을 전하며, 상당수 기업이 결국 휴폐업에 이르게 된 상황을 호소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게이트에서 '우리는 개성공단에 가고 싶다'는 제목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박용선 기자

2004년 가동을 시작한 개성공단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주요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동시에 남북 경제협력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2016년 2월 10일 전면 폐쇄됐다.

2007년 2월 개성공단에 입주한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는 "2016년 전면 중단 이후에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버텨왔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는 사실상 휴업 상태지만, 내 청춘을 바친 모든 것이 그곳에 있다"며 "10년이 지나도 개성공단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입주기업인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성공단 정책이 180도 달라지면서 절망과 희망을 반복해 왔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우리 정부에 입주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과 생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조경주 회장은 "개성공단은 우리 기업인들의 삶의 터전이자 남북 경제협력의 최전선이었다"며 "사명감과 함께 '작은 통일'을 직접 경험했다는 자부심을 안겨준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만큼, 정부가 그 역사적·정책적 의미를 다시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10년을 맞은 10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일대가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뉴스1

정부는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토지·건물·기계장치 등 투자자산과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으로 구분해 입주기업 피해액을 총 7087억원으로 산정하고, 남북 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을 중심으로 5787억원을 지원했다. 이에 대해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나머지 1300억원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해당 금액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지원 한도를 초과한 기업의 피해액으로,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다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도 투자자산의 45%, 유동자산의 90%를 각각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김진향 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불과 3시간 전에 통보했다"며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명확한 해결책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보상과 함께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또한 북한 당국에 기업인들의 공단 방문 승인을 요청하는 한편, 미국 정부에는 자산 보호 목적의 방북이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개성공단 관련 방북과 자산 점검은 유엔(UN) 및 미국의 대북 제재 해석에 영향을 받는 사안으로, 특히 미국의 정책적 판단이 실제 방북 승인 여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왔다. 협회는 이러한 제재 해석이 완화돼야 기업들의 최소한의 자산 보호 활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