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GS그룹에 속하는 코스모그룹이 전환사채(CB) 발행 등 자본 거래를 계기로 허경수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의 미래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허 회장이 지주사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한 반면, 수익성이 낮은 유통 사업은 자녀들에게 넘기는 이원화 전략을 택했다. 이는 지주사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룹 핵심과 떨어진 곳에서 자녀들의 경영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손민균

◇ '돈 먹는 하마' 유통 떼어내고, '순수 지주사'로 체질 개선

9일 금융감독원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스모그룹 내 상장사인 코스모신소재(005070)는 지난달 1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국내외 양극재 관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출력·수명·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코스모신소재 사업인 이차전지 소재 부문과 직결된다.

지주사인 코스모앤컴퍼니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 조달이 끝나면 코스모앤컴퍼니는 순수 지주사로 전환한 뒤 일부 자금을 코스모신소재에 투입해 지배구조를 공고히 다지고, 코스모신소재는 확보한 자금으로 일시적으로 성장세가 둔화한 이차전지 소재 시장을 현금으로 버티겠다는 구상이다.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 회장은 2015년 GS그룹에서 독립해 코스모그룹을 이끌고 있다. 코스모그룹의 지주사인 코스모앤컴퍼니 지분은 허 회장이 100%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은 코스모앤컴퍼니⟶코스모화학(005420)⟶코스모신소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정점에 올라 있다.

코스모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보여준다. 그동안 허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사 코스모앤컴퍼니는 기형적인 구조였다.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사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산티비엘 등과 합병하며 떠안은 가전·스포츠용품 유통 사업을 직접 영위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2023년 4월부터 야심 차게 전개한 글로벌 가전 브랜드 '샤크닌자' 유통은 아픈 손가락이 됐다. 샤크닌자 탓에 코스모앤컴퍼니는 2024년 영업손실 143억원으로 2023년(약 111억원)보다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사업으로 재미를 보지 못하자 이번 자본 거래를 계기로 순수 지주사 전환을 꾀하고 있다. 가전 유통과 스포츠용품 도소매 사업은 마진이 낮고 재고 부담이 크다. 이미 코스모화학과 코스모신소재라는 핵심 계열사를 보유한 상황에서 지주사가 실익 없는 사업을 껴안고 있던 셈이다.

순수 지주자 전환은 허 회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결과도 낳는다. 지주사가 직접 사업을 하지 않으면 영업상 위험은 자회사로 분산되고, 지주사는 투자·지분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지주사 실적 변동이 그룹 전체 가치나 위험으로 직결되지 않아 지배구조 안정성이 높아진다.

그래픽=손민균

◇ 자녀들에겐 '안전한 울타리' 대신 비주력 맡겨

이번 개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허 회장의 자녀들(선홍·수연·지연씨)의 위치다. 그룹이 사활을 건 배터리 사업 대신, 지주사가 포기한 '유통 사업'을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유한 '디투에스원파트너스'가 그 중심에 있다. 장남 허선홍씨(60%)와 두 딸이 지분 100%를 가진 이 회사는 경영컨설팅 업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룹 물류를 담당하는 조양국제종합물류의 모회사 역할을 한다. 코스모앤컴퍼니가 손을 떼는 샤크닌자 등 유통 사업은 향후 조양국제종합물류가 넘겨받을 공산이 크다.

실적 상당 부분은 관계사 성과에 의존하고 있다. 디투에스원파트너스는 2023년과 2024년 매출 없이 각각 691만원, 2837만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매년 매출 약 600억원, 영업이익 약 20억원 규모의 조양국제종합물류 실적이 지분법 이익으로 반영되면서 회계상 당기순이익은 흑자를 냈다. 지분법 이익은 자회사 이익을 지분율에 따라 모회사 실적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자녀들에게 비핵심 사업을 통해 경영 수업을 진행하려는 '승계 준비용 구조 재편' 성격이라고 평가한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가장 비싼 자산과 가장 민감한 의사 결정에서 자녀들을 분리한 구조"라며 "향후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이차전지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지금, 코스모그룹은 지배구조 재편이라는 내부 정비를 통해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허경수 회장의 '이원화 승부수'가 그룹의 도약과 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