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페인트 제조 상장사 강남제비스코(000860)의 지배구조가 오너 일가의 지분 상속을 계기로 재편됐다.
임예정(73) 회장이 지난달 말 강남제비스코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임 회장의 장남인 황익준(47) 대표이사가 사임하며 대표 교체와 최대주주 변경이 동시에 이뤄졌다. 회사는 기존 황익준·김재현 각자대표 체제에서 전문경영인인 김재현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
황 전 대표는 고(故) 황학구 강남제비스코 창업주의 손자로, 오너 3세 경영인이다. 그는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부친인 황성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강남제비스코에 입사했다. 이후 해외사업실장, 경영기획실장 등을 거쳐 2016년 대표에 올랐고, 약 10년간 회사를 이끌어왔다.
임 회장 역시 2011년 회장직에 오르며 회사 경영을 총괄해 왔다. 이에 따라 강남제비스코는 지난 10여 년간 임 회장과 황 전 대표를 축으로 한 '모자(母子) 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이번 인사를 계기로 해당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됐다.
지배구조 변화의 직접적인 계기는 임 회장의 차남인 황익수씨의 사망이다. 황씨가 보유하던 지분 18.87%는 지난달 29일 모친인 임 회장에게 상속됐다. 이로써 임 회장의 지분은 23.95%로 늘었고, 최대주주도 황익준 전 대표(19.24%)에서 임 회장으로 변경됐다.
지분 승계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에는 황 전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를 들어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사임했다. 이로써 황 전 대표는 경영과 이사회에서 완전히 물러났으며, 이는 단순한 보직 조정이 아닌 '경영 일선 퇴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장남인 황 전 대표가 19.24%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도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를 두고 모친인 임 회장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명확히 하기 위한 정비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 회장의 차남 황익수씨는 2011년 황 전 대표와 함께 입사해 경영에 참여했지만, 2010년대 말 학업을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임 회장의 막내딸인 황수진씨는 강남제비스코 지분 4.44%를 보유하고 있지만,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황 전 대표의 사임 배경에는 실적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제비스코는 2024년 매출 6431억원, 영업이익 20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1억원에서 11% 감소했다. 특히 회사 전체 매출의 약 57%를 차지하는 도료 사업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도료 사업 영업손실은 2022년 175억원, 2023년 55억원, 2024년 74억원이었다.
황 전 대표는 강남제비스코 경영에서는 물러났지만, 강남화성(접착제·합성수지 제조사), 강남건영(건설사) 등 계열사 이사로 재직하며 일부 계열사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상속을 계기로 지배구조를 정비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려는 결정으로 해석된다"며 "도료 사업을 비롯한 핵심 사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향후 황 전 대표의 역할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