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기업 매각 후, 공간 비즈니스라는 경영 2막에 도전합니다."

한 번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다음 무대를 스스로 설계하며 다시 창업에 나선 경영인이 있다. 외식 브랜드 '호박패밀리'를 창업해 14년간 성장시킨 김치헌(49) 옐로우그라운드 대표다. 그는 외식업 1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공간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경영 2막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2009년 혈혈단신으로 호박패밀리를 창업해 한와담, 호박식당 등 20여 개 외식 브랜드를 키웠다. 이후 2023년 LIG그룹에 회사를 매각하며 외식업 경영의 한 챕터를 정리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부동산 개발 기업 '옐로우그라운드'를 설립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치헌 옐로우그라운드 대표

호박패밀리 매각은 단순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가 아니라 다음 도전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김 대표는 "회사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자본력이 필요했고, LIG그룹이 보유한 자본과 인프라에 우리의 콘텐츠가 결합되면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옐로우그라운드는 부동산에 콘텐츠와 웰니스를 결합한 공간 기획·운영 플랫폼이다. 김 대표는 "기존 부동산 개발이 건물이라는 하드웨어에 집중했다면, 우리는 그 공간에 어떤 문화와 경험을 담을 것인가를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디벨로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도는 외식업 경험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외식업은 결국 위치 산업으로, 장사를 잘해 상권을 키워도 최종 수혜자는 건물주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임대료를 내기보다 직접 공간을 소유하며 가치를 축적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현장에서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2015년부터 부동산을 직접 매입해 식당을 운영해 왔다.

김 대표가 공간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는 것은 '웰니스 콘텐츠'다. 그는 "젊은 세대는 술 중심의 문화 소비에서 벗어나 러닝, 음악, 커피 등 건강한 일상을 즐기는 데 가치를 둔다"며 "웰니스 문화가 새로운 힙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옐로우그라운드는 지난해 10월 복싱과 러닝을 즐긴 뒤 바비큐 파티로 마무리하는 '남산런' 행사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옐로우그라운드의 커뮤니티형 피트니스 공간 '히트런'으로 들어서고 있다. /옐로우그라운드 제공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옐로우그라운드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이 복싱과 러닝을 결합한 '히트런(HITRUN)'이다. 히트런은 복싱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센터이지만, 단순한 운동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복싱을 배우는 실내 공간을 거점으로 삼아 도시를 함께 달리고, 운동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거나 바비큐 파티를 즐기며 사람 간의 연결을 만들어가는 '커뮤니티형 공간 브랜드'다. 외국인 참여를 위한 숙박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며, 향후 건강기능식품과 스포츠웨어 등으로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이다.

옐로우그라운드는 지난해 10월부터 남산런, 시티런 등 러닝과 복싱, 바비큐 파티를 결합한 히트런 이벤트를 세 차례 진행했다. 회차마다 약 50명이 참여했고, 모집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수백 명이 몰릴 만큼 반응도 뜨거웠다.

히트런은 장충동 1호점을 시작으로 장충동 인근 2호점, 중구 신당동 3호점을 운영 중이다. 현재 6호점까지 계약을 마쳤고, 연내 20호점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히트런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티형 웰니스 브랜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하와이를 오가며 현지 시장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그는 "하와이는 수요에 비해 양질의 외식·콘텐츠 공간 공급이 부족한 시장"이라며 "부동산을 기반으로 K컬처, 뷰티, 푸드 등 웰니스 콘텐츠를 결합한 공간 비즈니스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옐로우그라운드는 오는 5월 하와이에서 러닝 행사를 열 예정이다. 김 대표는 "사계절 러닝이 가능한 '러닝 천국' 하와이에서 히트런을 상징적인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한 "단기적으로 서울과 하와이에 옐로우그라운드만의 색깔을 입힌 랜드마크 10곳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 공간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전하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