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체험단' 운영 비용을 명목으로 입점 협력사로부터 돈을 받고도 결과물과 내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취지의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협력 업체들은 수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상품평 미작성 등 결과물에 대해 쿠팡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협력사들과 '쿠팡 체험단 프로그램 계약서'를 작성하고 최대 20명의 고객을 체험단으로 꾸린 뒤 협력사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체험단은 제공받은 상품을 먹거나 사용하고 상품평을 남겨야 한다.
체험단 프로그램은 일회성 계약 단위로 운영된다. 계약당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협력사로부터 받는다. 일부 협력사들은 1년에 10회가 훌쩍 넘는 횟수로 반복 계약을 체결하며 쿠팡의 체험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체험단이 상품평을 작성하지 않더라도 해당 비용은 환불되거나 다음 계약 체결 시 반영되지 않는다. '쿠팡 체험단 프로그램 계약서'에는 "쿠팡은 체험단의 상품평 작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상품평 내용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상품평을 작성하지 않은 고객은 체험단 선정에 불이익을 받는다.
쿠팡에 입점한 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돈을 내는 입장에서 상품평이 작성되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20명 가운데 2~3명이 상품평을 안 쓰더라도 쿠팡이 이를 비용으로 보상해주거나 사후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며 "협력사가 손해를 떠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쿠팡 체험단 프로그램은 아마존의 '바인(Vine)'과 유사하다. 아마존 바인은 판매자인 협력사가 제품을 무상 제공하고, 비용을 아마존에 내는 유료 프로그램이다. 아마존이 선정한 고객이 제품을 체험한 뒤 상품평을 작성한다.
다만 비용 청구 구조에서 차이가 있다. 바인도 상품평 작성을 보장하지 않지만, 쿠팡과 달리 제품 등록 후 90일이 지나고도 상품평이 등록되지 않으면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바인은 실제 상품평 작성 여부를 확인해 비용을 청구한다면 쿠팡은 비용을 일괄로 받고 상품평 작성 여부를 살피지 않는다.
체험단은 광고비와 함께 쿠팡이 최저가 정책 운영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는 수단 중 하나다. 일부 협력사는 쿠팡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차선책으로 체험단을 진행한다. 1년에 수억원을 지출하는 중소 협력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이 지난해 매출 41조원을 기록하며 국내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온라인 사업자인 만큼, '손실 보전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한 화장품 회사 관계자는 "쿠팡은 인터넷 광고 효과가 미미한 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클릭당 비용은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도 몇 천원이고, 1만원도 비싼 편"이라며 "쿠팡 광고 클릭당 비용을 역산해 보면 한 건당 20만~30만원 수준으로 단가가 비싸고 효과가 떨어지니 상품평이라도 늘리자는 마음으로 체험단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사로부터 비용을 받고 체험단을 운영하는 곳은 국내에서 쿠팡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나 마켓컬리 등은 선정한 체험단에 협력사 제품만 무상으로 보내고 별도 비용을 받지 않는다. 단, 체험단이 상품평을 작성하지 않으면 해당 고객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한다.
쿠팡 측은 "광고비와 장려금 강제는 내부 정책으로 금지돼 있고, 관련 법을 준수하며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