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12일 강남구 역삼동에서 'STO 장외 거래소 인가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다영 기자

"7년 동안 토큰 증권(STO) 시장을 맨땅에서 개척했는데 퇴출 위기에 처했습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토큰 증권은 부동산, 주식, 채권을 블록체인 기술로 조각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은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소유'를 수년간 운영했다. 회사는 금융위원회 토큰 증권 장외 거래소 예비 인가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금융위 전관(前官) 출신이 있는 컨소시엄에 밀려 탈락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4일 정례 회의를 열고 토큰 증권 유통을 담당할 장외 거래소 인허가를 최종 결정한다. 금융위는 지난 7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고 넥스트레이드와 뮤직카우 컨소시엄,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컨소시엄을 토큰 증권 장외 거래소 예비 인가 심사 대상으로 사실상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루센트블록은 탈락하게 된다.

허 대표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규제 예외 제도)가 만들어지자 2018년 11월 루센트블록을 설립했다.

루센트블록은 금융위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을 받고 부동산을 조각 투자할 수 있는 토큰 증권 플랫폼 '소유'를 2022년부터 운영했다. 고객 50만명, 누적 공모 300억원을 기록했다. 당국은 시장성이 입증되자 법제화에 나섰고 루센트블록도 인가를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 컨소시엄이 토큰 증권에 뛰어들며 상황이 복잡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허 대표는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 컨소시엄 선정이 유력하지만 이곳은 관련 실적이 없다"면서 "당사가 맨땅에서 시장을 일구는 동안 해당 컨소시엄은 토큰 증권 산업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했다. 금융위 전관이 포함된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 컨소시엄이 민간이 개척한 시장에서 무임승차를 시도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고객 50만명을 대상으로 플랫폼을 운영한 당사보다 사업을 영위한적 없는 컨소시엄이 사업 계획, 기술력, 안전성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수년간 축적된 실증 데이터보다 거대한 기관이 제출한 서류상 계획과 간판을 높이 샀다는 것이고 심사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허 대표는 "금융 혁신 지원 특별법은 혁신 금융 사업자에게 배타적 운영권을 줄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 "규제 샌드박스로 혁신을 시도한 사업자의 성과가 사후 모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법 취지와 다르게 제도화 과정에서 성과에 대한 보호는커녕 (사업을) 운영할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퇴출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루센트블록은 넥스트레이드가 자사 기밀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넥스트레이드가 투자,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한다는 이유로 접근해 비밀 유지 각서를 체결하고 재무 정보, 주주 명부, 사업 계획 등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이후 별도로 시장에 진출해 인가를 신청했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 외에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대체 거래소다.

루센트블록은 전날 공정거래위원회에 넥스트레이드를 사업 활동 방해, 기업 결합 신고 의무 위반 등으로 신고했다. 허 대표는 오는 13일 밤 10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예고했다.

허 대표는 "혁신을 시도하고 사업을 먼저 수행하던 기업이 제도화 과정에서 강제 퇴장 당하고 그 자리를 아무 기여가 없는 금융당국 연관 기업이 채우게 됐다"면서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원리 원칙대로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어떤 컨소시엄을 선정할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