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합금철 제조 상장사 심팩(SIMPAC(009160))이 지난해 말 지주회사 심팩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며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기존에 비상장 지주사 심팩홀딩스가 상장사 심팩을 지배하던 구조에서 벗어나고, 심팩이 직접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단순한 구조로 전환했다. 심팩은 이번 합병을 통해 자본 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인수합병(M&A)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일각에선 최진식(68) 심팩 회장의 장남인 최민찬(41) 부사장으로의 경영 승계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현재 국내 중견기업을 대변하는 법정 경제단체인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7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심팩은 지난해 12월 12일 심팩홀딩스와 합병을 완료했다. 이번 합병은 사업회사인 심팩이 지주사인 심팩홀딩스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심팩홀딩스는 해산됐고, 심팩은 존속법인으로서 모든 권리와 의무를 승계했다.

합병 이전 심팩은 전형적인 지주회사 체제였다. 심팩홀딩스가 심팩 지분 52.38%를 보유하며 지배구조 정점에 있었고, 심팩은 심팩인더스트리(산업 기계·금속 주조업), 심팩 미국법인, 우진엔텍(457550)(발전소 계측제어설비업), 케이디에이(자동차부품 제조업)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했다.

◇지주사 없애고 상장사 중심으로 재편

심팩은 이번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크게 단순화했다. 상장사 심팩이 직접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체제로 전환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향후 상장사를 통한 자본 조달과 M&A 추진이 한층 수월해졌다는 분석이다.

심팩은 연결 기준 자산총액 1조0796억원, 자기자본 6052억원을 바탕으로, 회사의 성장 DNA로 꼽히는 M&A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심팩은 증권맨 출신인 최진식 회장이 2001년 쌍용그룹 해체 과정에서 쌍용정공(현 심팩)을 인수하며 출범했다. 이후 합금철 제조기업 한합산업을 흡수합병하고 봉신(현 심팩인더스트리) 등을 인수하며 외형을 키워왔다.

일각에선 이번 합병을 최 회장의 장남 최민찬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 MBA를 취득한 최 부사장은 지난 1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심팩 기획관리부문장으로 인사·재무·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합병 전 심팩홀딩스는 최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였다. 당시 최민찬 부사장이 지분 39.6%를 보유한 최대주주였고, 최 회장은 33.6%, 최 회장의 배우자 윤연수씨는 10.3%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심팩의 최 회장 일가 직접 지분율은 6%에도 미치지 못했다.

합병 이후 심팩의 지분 구조는 크게 변화했다. 최 회장은 심팩 지분 22.6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고, 최민찬 부사장은 21.29%로 2대 주주에 올랐다. 최민찬 부사장의 여동생 최민영 상무(기획관리부문 관리본부장)는 9.17%, 윤연수씨는 6.1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향후 지분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경우, 별도의 지배구조 개편 없이도 최민찬 부사장이 자연스럽게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비상장 지주사를 통한 간접 지배 대신 2세 승계를 실행하기 위한 상장사 중심의 체제 전환 단계"라고 말했다.

◇2세 승계 기반 마련…M&A, 실적 회복 과제

실적 개선은 과제다. 심팩은 지난해 매출 7850억원, 영업이익 244억원을 기록했다. 2년 전인 2022년과 비교해 매출(6722억원)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1189억원)은 79%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과 전기료 인상 등 외부 요인이 컸지만, 수익성 회복 없이는 공격적인 M&A 전략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심팩이 이번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단순화와 승계 기반을 동시에 마련했다"며 "2세 최민찬 부사장이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수익성을 회복하는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향후 평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