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새로 나온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오가며 가격을 비교했다. 통신사와 요금제, 판매처에 따라 제시받은 금액은 모두 달랐고, 조건을 하나하나 따져보기 어려웠다. 발품을 판 끝에 스마트폰을 구매했으나 더 저렴한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휴대폰 구매 과정은 가격 구조와 조건이 복잡하다. 같은 단말기라도 구매 방식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유통 시장을 일부 불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원인밀리언'(one-in-million)은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슬릿(slit.)'으로 휴대폰 구매 방식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원인밀리언은 휴대폰 유통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숭실대학교 창업지원단 소속으로, 가격 비교부터 개통까지의 과정을 단시간에 처리하는 서비스 '슬릿'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 일환으로 숭실대 창업지원단 입주기업으로 선정돼 사무 공간 지원, 멘토링, 사업화 자금 지원 등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슬릿은 같은 기기라도 통신사, 요금제, 지원금, 구매 방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구조를 분석한다. 통신 3사의 공시 지원금과 요금제, 매장별 추가 지원금, 자급제 여부 등 여러 변수를 AI로 비교해 소비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 구매 방식에 따라 최대 104만원까지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해 22가지 구매 유형을 기준으로 분석한다.

이홍 원인밀리언 대표는 "슬릿의 경쟁력은 압도적인 비교 범위와 속도"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경쟁사들이 통신 3사나 알뜰폰 중 한쪽만 취급하는 것과 달리 슬릿은 자급제를 포함한 모든 구매 유형을 투명하게 비교한다"며 "기존 온라인 판매점은 상담부터 개통까지 최대 3일이 걸리지만 슬릿은 가격 비교 30초, AI 자동 개통 시스템 등 전체 과정을 2~5분 내에 완료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정서희

휴대폰 유통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창업의 계기로 작용했다. 이 대표는 "휴대폰 판매자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91%가 부정적일 정도로 시장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며 "소비자들이 복잡한 요금제와 불투명한 추가 지원금 때문에 이른바 '호갱'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자급제를 구매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실제 많은 소비자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지인에게 자신의 구매 조건이 적절한지 확인한다. 요금제와 지원금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구매를 결정하기도 한다. 불확실한 결정을 피하려고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자급제를 선택하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해 소비자에게 투명하고 간편하며, 합리적인 구매 경험을 돌려주고 싶다는 목표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시장성도 인정받았다. 김유빈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슬릿은 자체 개발한 구매 유형 비교 알고리즘과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구매 자동화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한다"며 "이를 통해 국내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로부터 시드 투자도 유치했다"고 말했다.

원인밀리언은 대학생 창업 기업으로서 캠퍼스 내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숭실대학교 IT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휴대폰 프로모션 할인 행사를 진행해 학생들이 합리적인 조건으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비스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 비전은 명확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국내 모든 소비자가 휴대폰을 살 때 공부하거나 스트레스받지 않고, 슬릿을 통해 1분 만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 슬릿 팬덤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