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요리를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식당을 직접 찾아가 맛보고 즐긴다."
넷플릭스의 프로그램 콘텐츠 파트너십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브랜드 협찬이나 TV 화면 속 제품 노출 중심의 간접광고(PPL) 등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브랜드가 직접 참여하고 실제 소비와 경험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방영을 시작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이하 흑백요리사 2)'는 이러한 변화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프로그램이다.
흑백요리사 2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알려지지 않은 '흑수저' 요리사들이 스타 셰프인 '백수저'에 도전하는 요리 서바이벌이다.
흑백요리사 2의 브랜드 파트너십 핵심 전략은 '시청 경험의 일상 확장'이다. 시청자가 셰프들이 만든 음식을 TV로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식당을 직접 찾아가 그 음식을 먹어보고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공식 파트너사로 참여한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은 흑백요리사 2 출연 셰프들의 매장을 손쉽게 탐색·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에 나섰다.
넷플릭스는 네이버와의 '네넷(네이버·넷플릭스)' 파트너십을 통해 네이버 지도에 흑백요리사 2 출연 셰프들의 식당 리스트를 공개했다. 흑백요리사 2 출연 셰프가 직접 준비하는 식사 초대권 등 멤버십 이벤트도 진행한다.
파트너사의 브랜드가 프로그램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도 강화됐다. 홈 인테리어 기업 한샘(009240)은 흑백요리사 2 공식 스페셜 파트너로 참여해 조리와 미션에 필요한 키친 시스템과 장비를 지원했다. 셰프들이 요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키친 브랜드 전문성도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CJ제일제당(097950)은 식품 브랜드 비비고를 중심으로 셰프 전용 팬트리를 운영했다. 장류·조미료 등 기본 식재료와 만두·햇반 등 대표 제품을 제공하며 흑백요리사 2의 안정적인 경연 환경을 구축하는 동시에 비비고를 글로벌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알렸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넷플릭스의 콘텐츠 파트너십 전략은 세계 1위 OTT로서 글로벌 영향력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브랜드 파트너사들이 전 세계 수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와 협업해 매출 증대는 물론 자사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브랜드 협업이 과도해질 경우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상업성이 지나치게 부각될 위험도 있다.
프로그램 흥행 여부에 따라 파트너십의 성과가 좌우되는 구조 역시 과제다. 이는 넷플릭스에 수억원에 달하는 파트너십 비용을 낸 기업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콘텐츠 산업 전문가는 "넷플릭스의 파트너십 전략은 프로그램 영향력을 경험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라면서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파트너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규모가 상당해 보다 유연한 파트너십 모델과 투명한 효과 검증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