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페인트(000390)가 김장연 회장의 별세 이후 경영권 승계 국면에 들어섰다. 김 회장의 딸인 김현정(41) 부사장의 경영 승계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 회사 보유 지분이 미미해 향후 지분 승계 재원 마련과 능력 검증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과거 경영에서 배제된 삼화페인트 공동창업주 고(故) 윤희중 전 회장 일가가 여전히 회사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회장은 지난 16일 향년 69세로 별세했다. 사인은 급성패혈증으로 알려졌다. 그는 삼화페인트 공동창업주 고(故) 김복규 전 회장의 차남으로, 1994년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삼화페인트의 성장을 이끈 오너 2세 경영인이다. 삼화페인트는 지난해 매출 6283억원, 영업이익 189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김 회장의 장녀인 김현정 부사장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 3월 사내이사에 오르며 이른바 '오너 3세 경영' 시대를 개막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지분 승계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2019년 삼화페인트에 입사한 김 부사장은 해외 부문 전략을 담당한 뒤, 2023년 경영지원부문장(전무)에 오르며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았다. 그는 공인회계사(CPA)와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회계·법률 전문가다. 지난해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장연 회장은 지난 3분기 기준 삼화페인트 지분 22.7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반면 김 부사장의 지분은 3.04%에 그친다. 김 부사장의 남동생인 김정식씨는 회사 지분이 없고, 김 회장의 친누나인 김귀연씨가 지분 1.50%를 보유하고 있다. 삼화페인트가 오너 3세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김 부사장의 추가적인 지분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 지배구조 컨설턴트는 "김장연 회장이 생전 보유했던 지분의 상속 여부와 방식 그리고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이 향후 승계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김현정 부사장이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분 문제와 함께 김 부사장이 중장기 경영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며 "삼화페인트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 검증도 후계 구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삼화페인트를 공동 창업한 고(故) 윤희중 전 회장 일가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화페인트는 1946년 김복규 전 회장과 윤희중 전 회장이 공동 창업한 이후 두 집안이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오너 2세 경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2008년 경영권 분쟁을 겪었고, 이후 윤희중 전 회장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다만 현재도 윤 전 회장의 아들인 윤석재씨와 윤석천씨가 삼화페인트 지분을 각각 6.90%, 5.52%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 구조상 잠재적 변수로 남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윤희중 일가의 자녀들이 여전히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경영권 분쟁 요인이 존재한다"며 "현재로서는 뚜렷한 갈등 조짐은 없지만, 김현정 부사장이 지분 확보에 어려움을 겪거나 회사 성과를 통해 리더십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시장과 주주들의 신뢰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