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아일릿이 소속된 하이브(352820)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이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주장을 제기한 팀버니즈(Team Bunnies) 관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팀버니즈가 미성년자 1인으로 구성됐다는 주장을 확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성년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지가 소송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빌리프랩은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법에 미성년자인 팀버니즈 관계자와 그의 부모를 상대로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빌리프랩은 팀버니즈 관계자의 신원을 확보하지 못해 성명 불상자로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이 분쟁이 벌어진 이후 민 전 대표는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뉴진스 팬덤을 자처한 팀버니즈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온라인상에 게시했다. 빌리프랩은 해당 게시물로 아일릿 명예가 훼손되고 손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주장은 법적 판단을 한 차례 받았다. 지난 10월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 계약 유효 확인 소송에서 법원은 "뉴진스와 아일릿의 각 기획안·화보 등에서 일부 유사한 점이 확인되기는 하나,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를 복제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빌리프랩이 제기한 이번 소송을 팀버니즈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팀버니즈는 당초 "법조계 언론, 금융, 문화, 예술 등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버니즈들이 모인 팀으로 뉴진스를 지지하는 각계각층의 전문가 집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부금품법을 위반한 팀버니즈 관계자가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보호명령을 받은 미성년자로 밝혀졌다. 이후 팀버니즈는 '1인 단체'라고 입장을 바꿨으나 일각에서는 팀버니즈라는 집단이 미성년자를 앞세웠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팀버니즈가 지난해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아일릿 기획안을 공개하고 어도어와 하이브 주요 임원을 고발하는 등 일련의 행위가 10대 개인이 벌인 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관건은 소송 과정에서 팀버니즈 관계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지 여부다.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이나 수사 기록 열람·등사 등으로 관계자 신원을 확보하려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소년보호사건 기록은 비공개가 원칙이어서 신원 확인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신원이 특정되지 않으면 본안 판단까지 나아갈 수 없다. 팀버니즈가 1인으로 운영됐는지, 다수의 협력으로 운영된 조직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자신을 감춘 채 아이돌 등에 대해 악의적 주장을 반복한 인물이 소송을 통해 신원이 드러난 사례가 있어 빌리프랩도 같은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팀버니즈는 민 전 대표 주장을 답습했고, 미성년자라는 특수성이 변수"라고 설명했다.
김연수 법무법인 원 미디어 엔터테인먼트팀 변호사는 "가정법원 소년부에 재판 기록 열람을 신청하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사안이 형사상 문제로 번질 여지가 있고,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뒤 게시물이 올라간 소셜미디어 회사에 정보 제공을 요청하면 신원을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 확보가 곧장 손해배상 결정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김민건 법무법인 휘상 변호사는 "(빌리프랩이) 피해를 입었다는 손해액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