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근감소증은 더 이상 개인 건강관리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근육 감소는 낙상 위험 증가와 요양 진입, 의료·복지 비용 확대로 이어지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공공 차원의 대안은 여전히 부족하다. EMS(근육 전기자극) 기술을 공공 영역으로 확장한 스타트업 펄스온은 이 공백을 파고든 사례다.

김영기 펄스온 대표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근육이 줄어들지만, 이를 보완할 현실적인 해법은 많지 않다"며 "근감소증은 고령화 사회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라고 봤다"고 말했다.

펄스온은 WB-EMS(전신 근육 전기자극)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전신 슈트를 착용한 상태에서 전기 자극으로 근육 수축을 유도해, 무거운 중량 없이도 근력 강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관절 부담을 줄이면서 근육을 직접 자극할 수 있어 노년층에게 적합하다"고 했다.

생활체육을 전공한 김 대표는 미용·피트니스 중심의 국내 EMS 산업에 한계를 느끼고 지난해 펄스온을 창업했다. 그는 "저가 장비 확산으로 EMS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측면도 있다"며 "펄스온은 EMS를 '공공 근건강 서비스'로 재정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그동안 근감소 예방은 '운동을 하라'는 권고에 머물러 왔다. 김 대표는 "중량 운동은 관절 부담이 크고, 걷기나 수영 같은 저부하 운동은 근력 강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노년층에게 적합한 운동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WB-EMS 트레이닝은 주 2회, 회당 20분 정도로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시간과 신체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펄스온은 사전 운동 검사를 통해 근력과 관절 가동 범위, 균형 감각 등을 점검한 뒤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김 대표는 "운동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경우도 있는 만큼, 건강검진처럼 사전 점검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후 악력과 균형 감각 등 낙상 위험과 직결되는 지표를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이 같은 운영 모델은 올해 동작구 'EMS 트레이닝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됐다. 펄스온은 지난 9월부터 네 달간 동작구 어르신 전용 헬스장에서 65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WB-EMS 트레이닝을 운영했다. 80세 이상 고령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허리가 펴진 느낌이다"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현재 사업은 내년 연장이 거론되고 있다.

펄스온은 2026년 이후 전국 지자체로의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김 대표는 "EMS 트레이닝은 한 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낯선 개념인 만큼 공공 영역에서의 인식 제고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EMS는 물리치료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용돼 온 기술"이라며 "전문가 지도와 표준화된 운영을 전제로 한다면 안전성 문제는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출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 모델이 확산되는 것"이라며 "EMS를 통해 노년층과 취약계층의 근건강을 지키는 공공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 잡고 싶다"라고 했다.

한편 펄스온은 숭실대 캠퍼스타운 소속 입주기업으로, 서울시와 숭실대 캠퍼스타운의 지원을 받고 있다. 숭실대 캠퍼스타운 추진단은 유망 스타트업을 입주기업으로 선정해 창업 공간 제공, 실무 교육, 사업 고도화 지원, 분야별 전문가 자문 등 다양한 창업·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