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 상장사 쿠팡Inc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며 제기된 집단소송이 항소심으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국내 집단소송 가능성도 제기된 쿠팡은 미국에서 IPO 관련 소송도 대응하고 있다.
4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연방 제2순회 항소법원은 공무원연금·경찰연금·교직원연금 등 뉴욕시 공적 연금 주주들이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당시 제출한 IPO 신고서에 허위 사실 등을 적었다"며 제기한 소송 2심 변론 기일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공적 연금 주주들은 1심 판단에 불복해 지난 10월 항소장을 제출했다. 변론 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항소장이 접수되자 쿠팡Inc와 김 의장 등은 법률 대리인을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앞서 공적 연금 주주들은 쿠팡Inc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쿠팡이 IPO 당시 '좋은 근로 환경을 갖춘 일터'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과로·사망 위험 은폐 ▲검색 결과 조작 ▲자체 브랜드(PB) 상품 리뷰 작성 지시 ▲납품업체 가격 강제 등으로 국내에서 조사를 받아 상장 후 1년 안에 주가가 절반 넘게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뉴욕 증시에서 쿠팡Inc 주가는 2021년 3월 11일 상장 당일 장중 69달러까지 올랐지만 이듬해 5월 10달러 밑으로 하락해 한때 20달러에 머물렀다.
1심 법원은 지난 9월 "주주들은 쿠팡과 경영진이 자신들을 기만하려는 의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고 '재소 불가'로 기각했다. 재소 불가 결정이 나오면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항소는 가능하다.
재판부는 쿠팡 근무 환경, 근로자 과로와 사망 등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주주 등을 속이는 중대한 허위·기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색 결과 조작과 PB 상품 리뷰 작성 지시에 관한 원고 측 주장도 중대한 허위나 기망 의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법적으로 이를 허위로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 진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쿠팡은 이 사건이 항소심으로 넘어가면서 소송 부담을 떠안게 됐다. 최근 국내에서 3000만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내에서 집단소송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이 사건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집단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증시 상장사는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고를 인지한 뒤 4영업일 내 공식 공시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18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별도 공시를 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IPO 상장을 둘러싼 소송에서 1심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항소심은 사실관계를 다시 심리하지 않고 1심의 법적 판단에 '명백한 오류'가 있었는지 살피는데, 이 사건은 쿠팡의 기망 의도나 중대한 허위 공시를 입증할 만한 사실이 부족하다며 재소 불가로 기각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허위 공시가 있었는지, 허위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는지를 입증하라는 쟁점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항소심은 새로운 증거로 논리를 보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기초 요건에서부터 인정되지 않은 사건은 판결이 바뀔 여지가 더 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