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리 200년 구조를 바꾸는 기술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형근 RNA애널리틱스 대표가 창업 당시 세운 목표는 '산업 구조 변화'였다. 그는 1989년 보험회사 입사 후 통계 등으로 보험료나 보험금, 준비금 등을 계산하고 평가하는 계리 업무를 맡았다. 업무 효율 개선에 관심을 가졌고, 새로운 가치평가 시스템도 구축했지만 회사는 기존 업무 체제에 집착했다. 회사에서 자신이 원하던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판단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김형근 RNA애널리틱스 대표

"퇴사 후 밀리만과 왓슨와이어트 등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컨설턴트로서 업무를 배우며 한국에 보험계리 컨설팅 사업을 안착시켰죠. 그러나 세계적 수준의 계리 컨설팅 회사 모두 '지식산업의 IT화'에는 둔감했습니다. 당시 국내는 계리 컨설팅과 같은 전문지식산업 수준이 낮았지만, IT가 발달했었죠. 제 경험과 잘 결합하면 신흥 강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2009년 RNA애널리틱스를 창업했습니다."

RNA애널리틱스는 보험사와 금융 그룹을 위한 통합 설루션을 제공한다. 핵심 제품은 R3S다. 보험사 미래 현금 흐름을 계산하고, 업무 기준과 절차를 관리한다.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를 기반으로 국제 회계·규제 기준을 충족하도록 지원한다. 클라우드 환경, 인공지능(AI) 기능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각국의 실제 업무 방식에 맞춘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RNA애널리틱스는 R3S 계리 설루션 판매·유지보수와 시스템 구축 같은 컨설팅이 주요 수익원입니다. 2022년 175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25억원으로 상승했습니다. R3S 설루션 신규 매출 1년 후 전환되는 유지 보수 매출액은 20% 이상 상승하고 있습니다."

RNA애널리틱스는 다국적 기술 기업 IBM이 보유하던 소프트웨어 'AFM'을 인수하며 전환을 맞았다. AFM은 영국 최대 보험계리 컨설팅사인 왓슨와이어트가 300억원 이상을 들여 투자한 계리·리스크 모델링 소프트웨어다. 김 대표가 목표로 둔 '산업 구조의 변화'를 위해서는 성능 좋은 설루션이 필요했다. 마침 IBM이 해당 설루션을 매각하려고 한다는 정보를 듣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어려움이 많았죠. 인수 자격 요건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기술력을 요구했고, 이미 영국 대형 컨설팅 회사가 인수를 추진 중이었습니다. 자격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인수 금액도 120억원에 달했죠. 조달이 불가능한 장벽처럼 느껴졌어요. 기술 외에 아무것도 없었죠."

김형근 RNA애널리틱스 대표

김 대표는 직접 발로 뛰었다. 뉴욕 IBM 본사를 찾아가 인수 의사를 전달했다. 인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사업 파트너 회사와 협력해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인수 대금을 약속했던 사모펀드가 자금 확보에 실패했고, 납입 기한이 두 번 연기됐다. 결국 마감 기한을 연장한 뒤 김 대표가 수십 곳의 금융 기관을 찾아다녔다.

"대금 지급 마감 이틀 전에 모 사모펀드를 통해 2017년에 극적으로 인수를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3년간 모든 투자금을 상환해 단독 경영 기반을 확보했습니다."

RNA는 이를 R3S로 재정비해 금융사의 전사적 결산과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수행하는 차별화된 설루션으로 발전시켰다. 여기에 최근 대화형 AI 'Thalexa™(탈렉사)'도 개발 중이다.

보험계리와 리스크 관리 등 높은 정확도를 요구하는 영역에 특화했고, 환각 효과도 줄였다. 내년 1분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뒀지만 국내외 보험사 등에서 데모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저희는 국내 대형 보험사는 물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 본사를 둔 글로벌 대형 보험사와 금융 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습니다. '탈렉사'는 메트라이프, 미국 보험계리사회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죠. 혁신적 기술과 제품으로 2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보험계리 산업에 전환을 일으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