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미디어·엔터 계열사 CJ ENM(035760)이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디즈니+ 등 글로벌 OTT와 연이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 ENM은 지난 5일 디즈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 디즈니+ 내에 자체 OTT 티빙의 브랜드관 '티빙 컬렉션'을 출시했다. 지난 10월에는 워너브라더스와 K콘텐츠 글로벌 확산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K콘텐츠의 공동 기획·제작뿐 아니라 홍콩·대만·동남아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17개 지역 워너브라더스의 글로벌 OTT HBO 맥스 내 '티빙 브랜드관'을 론칭하기로 합의했다.
CJ ENM이 '플랫폼 안의 플랫폼' 전략을 바탕으로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세계 시청자에게 선보이는 '공급 주도형 모델'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더 이상 글로벌 OTT들이 자사의 콘텐츠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공개하는 방식의 비즈니스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CJ ENM의 해외 사업 전략을 주도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발은 좋다. CJ ENM이 지난 6일 HBO 맥스, 일본 디즈니+와 함께 공개한 '친애하는 X'는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디즈니+ 일본 일간 순위 톱3에 올랐고, HBO 맥스 아시아태평양 17개국에선 아시아 콘텐츠 중 최고 성과를 낸 작품 중 하나로 꼽혔다. 이미 시장에선 친애하는 X 이후 공개할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돌고 있다.
CJ ENM이 해외 콘텐츠 유통 전략을 변경한 배경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자체 플랫폼 티빙을 통한 해외 진출에는 한계가 있다. HBO 맥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와 협력해 시장 진입 리스크를 최소화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반 넷플릭스 동맹'이다. 세계 1위 OTT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기 위한 현 시장 상황을 잘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OTT들과 연합해 자체 콘텐츠 제작 및 유통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CJ ENM은 이후 시장 상황을 보며 티빙 등 자체 플랫폼 단독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셋째, 수익성이다. 업계에선 HBO 맥스, 디즈니+ 등과의 협업에서 CJ ENM이 수익의 50% 이상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CJ ENM의 글로벌 OTT 의존도가 과도해질 경우, 수익 구조 악화와 티빙 자체 플랫폼 경쟁력 약화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OTT의 정책 변화에 따라 수익 배분 구조가 CJ ENM에 불리하게 변경될 수도 있다.
안정상 한국OTT포럼 회장은 "글로벌 OTT 내 브랜드관 전략은 CJ ENM의 콘텐츠 해외 유통, 확장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의존도가 과도해지면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CJ ENM이 중장기적으로 자체 플랫폼 경쟁력과 글로벌 파트너십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해외 사업 강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