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의 주인이 된 태광그룹이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애경산업의 화장품 자회사 '원씽(ONE THING)'을 겨냥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화장품 스킨케어 브랜드 '원씽'의 제품

17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태광그룹은 원씽의 매각이나 흡수·합병 등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는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체인 애경산업을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하 태광그룹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태광그룹 컨소시엄이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12%를 47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이다.

한 관계자는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 절차를 끝내면 원씽의 운영 방안을 재정비한다는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이라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직 등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원씽 직원 수는 20여명이다.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 원씽은 2021년 설립된 스킨케어 화장품 회사로, 애경산업이 2022년 인수했다. 당시 애경산업은 140억원을 투입해 원씽 지분 사들였다.

애경산업은 기존 브랜드 '에이지트웨니스(AGE 20'S)'와 '루나'가 색조 기반 화장품인 만큼 원씽 인수로 스킨케어 브랜드로 저변을 넓힐 계획이었다. 원씽이 일본과 중국,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상태였고, 애경산업의 유통 역량이 더해지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성과가 부진했다. 2022년 당기순이익 5억원을 냈으나 이듬해 당기순손실 약 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2024년에도 1억4760만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9월까지 순손실은 약 19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결국 원씽은 지난 8월 운영 자금 명목으로 애경산업에서 10억원도 조달했다.

애경산업은 올해 월평균 178억원가량의 매출을 냈고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지난해 수준의 매출은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매출액은 2614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9월 말까지 매출은 1599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기준 화장품 사업이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한다.

5개의 자회사 중 애경산업이 중국 진출을 위해 설립한 중국 현지 법인 '에이케이(상해)무역유한공사'를 제외하면 원씽만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원씽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앞서 애경산업은 미래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했던 방향제 제조 기업 '애경에스티'를 지난해 12월 청산한 이력이 있다.

다만, 태광그룹 측은 "아직 거래가 종결되기 전까지 시일이 남은 상황이어서 어떤 논의가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원씽 정리에 관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태광그룹 컨소시엄은 애경산업 인수를 내년 2월까지 종결할 예정이다. 앞서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와 관련해 "K-뷰티 산업 진출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목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