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그간 병원에서 이뤄졌다. 환자들은 길게는 몇 년간 일정 기간에 맞춰 병원에 방문해야 했다. 코로나19는 임상시험의 공식도 바꿨다. 다만 집에서 약을 제대로 먹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는 원격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관건은 약과 음식을 언제, 어떻게 먹었는지를 기록한 데이터다. 체계적인 데이터 확보가 중요해진 셈이다.

이휘원 인핸드플러스 대표

이휘원 인핸드플러스 대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근무하면서 약물 전달 시스템 개발과 임상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이때 체계적인 복약 관리와 원격 환자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올바른 용량과 일정에 맞춰 의약품을 복용하게 만들고, 환자 생활을 데이터로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사업으로 이어졌다.

"2019년 3월 인핸드플러스를 창업해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스마트워치로 환자의 복약 행동을 자동 인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기존 스마트워치가 단순히 심박수나 걸음 수를 측정하는 데 그쳤다면, 저희가 개발한 스마트워치는 사용자의 복약 동작, 음식 섭취 패턴 등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인핸드플러스의 스마트워치는 AI 칩과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사용자의 손 움직임을 분석해 어떤 약을 언제, 어떻게 복용했는지를 인식한다. 복약 이력과 식습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단순 기록을 넘어 행동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분석하는 것이다.

"스마트워치를 인터넷 없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AI 연산까지 수행하게 하는 '온디바이스' 형태로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고유 데이터와 온디바이스 AI 스마트워치가 저희 강점이죠. 이런 형태의 스마트워치로 원격 환자 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인핸드플러스는 제약사·보험사·병원 등 B2B 시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누적 투자금은 50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제약사인 메디데이터, 옥스퍼드대 연구 그룹 등과도 협력 중이다. 모두 인핸드플러스의 잠재 고객으로,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새로운 환자 관리 방법과 기준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저희 스마트워치는 '손목 위의 주치의'입니다. 손에 잡히는 걸 분석하겠다는 의미죠. 이미 국내외 특허도 60여 개를 확보한 상태고요. 대기업이어도 쉽게 진입하지 못하도록 진입 장벽을 만들었습니다. 투자사 중에 특허 법인이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핸드플러스는 향후 개인 소비자에게도 직접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피부나 점막 등 신체에 구멍을 뚫지 않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혈당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고안했다. 스마트워치로 생체 데이터를 분석하는 길을 개척하고 있다.

"앞으로는 인간과 AI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고, 어른도 AI 혜택을 보려면 우리처럼 신체에 착용할 수 있는 기기가 제격입니다. 원격 임상시험 분야에서 최선두에 서는 회사로 성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