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구조다. 초기 연구부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지만, 실패율이 높아 대기업이나 선진국 중심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실제로 신약 개발 비용의 25~30%가 초기 연구·개발(R&D)에 들어가지만, 비임상 단계 진입 확률은 0.05%에 불과하다.

이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제약사들은 CADD(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을 설계·예측하는 기술·Computer-aided drug design)를 도입해 성공률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를 해왔다. 전 세계 상위 제약사의 75%가 사용하는 글로벌 1위 기업 슈뢰딩거(Schrodinger)가 대표적이다.

이은호 아토매트릭스 대표

이 시장에 한국 스타트업 아토매트릭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SK바이오팜에서 27년간 신약 개발 업무를 담당하며 연구비 절감에 대한 절박함을 현장에서 경험한 이은호 대표가 2024년 5월 창업했다. CADD 분야에서 29년간 일해온 이상배 부사장 등 제약 전문가들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슈뢰딩거는 물리학이나 계산 화학 전문가 중심으로 설계돼 신약 연구자가 직접 사용하기 어려워 실험 성공률이 10%에 불과했다"며 "또 시장에서 구조가 규명된 단백질뿐만 아니라, 전 단백질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대한 니즈가 있음에도 현재 CADD는 구조 최적화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아토매트릭스는 이를 효율적이고 빠르게 해결해 신약 성공률을 높이는 CADD 개발에 나섰다. 아토매트릭스는 '바론(BARon)'과 '알로파이퍼(Alopiper)' 두 개의 플랫폼을 개발했다.

바론은 플랫폼이 신약 후보 물질과 약물 표적 물질을 판정해 주는 결합 예측 프로그램이다. 기존 슈뢰딩거 등을 포함한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신약 성공률을 기존 10%에서 50%로 높였다. 이 대표는 "1차로 인공지능(AI)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Alphafold)을 활용해 신약 선별을 하고, 2차로 분자 동역학적 신약 선별을 통해 신약 성공률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알로파이퍼는 약물과 약물 표적이 결합한 이후 발생하는 약리 신호를 예측한다. 이 대표는 "약물과 약물 표적이 결합해 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을 예측하더라도, 실제로 어떠한 효능이 발생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실제 약으로서의 의미가 있다"며 "알로파이퍼는 약물의 독성과 효능 등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토매트릭스는 사용성 개선에도 집중했다. 연구 프로젝트에 CADD 전문가를 따로 두지 않아도, 연구자가 직접 CADD를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1대1 최적화 맞춤형 모듈 자동화 패키지를 제공한다.

인공지능 신약 개발 시장은 2030년 기준 2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세계 시장은 2029년도 기준 약 9조원으로 예측된다. 이 대표는 "국내외에서 신약 빅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 흐름을 타고 국내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토매트릭스는 2026년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북미 시장 진출에 나선다. 2029년 매출액 목표는 200억원이다.

시장 진출 방식은 B2B 커스터마이징이다. 이 대표는 "출발 단계에서는 기업 대신 신약 설계를 해주는 방향으로 시장에 진입한 뒤, 고객사가 신약 성공률을 체감하게 되면 최적화와 자동화가 된 소프트웨어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CADD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사업과 신약 파이프라인 공동 개발에 나선다. 이 대표는 "인지도가 확보된 이후에는 슈뢰딩거처럼 보급형 CADD 서비스 사업에 나서고, 신약 파이프라인 공동 개발로 고가치 사업화에 도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