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란 두려움과, 인간을 풍요롭게 할 것이란 기대가 공존합니다. 저는 그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연구실에서 신간 <제3의 응전>을 펴낸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를 만났다. 책상과 벽을 빼곡히 채운 경제·AI·도시학 서적들 사이에서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모 교수는 기술 혁신의 역사를 '집중화'와 '개인화'의 순환으로 설명했다.

산업혁명기엔 대량생산이 숙련을 빼앗았지만 미술공예운동이 장인정신을 복원했다. 정보혁명기에 중앙집중형 컴퓨터가 등장했지만 해커 문화와 오픈소스 운동이 개인의 주체성을 되살렸다.

그의 말에 따르면, AI 혁명은 단순히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 자체를 흔드는 거대한 전환이다.

산업혁명이 노동을, 정보혁명이 지식을 대체했다면, AI는 창조의 일부를 대신한다. 그럼에도 모 교수는 인간에게 남은 영역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AI 혁명 역시 인간의 문화적 응전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노동이나 지식뿐 아니라 창조의 일부를 대체하지만, 인간 고유의 '비인지적 창조성(삶의 경험과 실존적 고민에서 비롯된 창의력)'은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가 재조합하는 건 학습된 패턴일 뿐, 인간의 감각과 경험에서 나오는 창조는 다릅니다."

그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제3의 응전'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 거대 플랫폼에 맞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운동, 독립서점·공방·카페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창작 활동이 그 사례다.

그는 "AI 접근이 어려운 오프라인 영역에서 창의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현장에서 감각과 경험으로 창조하는 사람이 새로운 주체로 떠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크리에이터라고 인식하고 있진 않지만, 카페 창업이나 공방 창업 등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기반으로 해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말했듯, AI 시대에는 신체와 현장 경험을 가진 배관공이나 전기공이 더 각광받게 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 교수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오프라인 창의성을 저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카페나 공방 창업은 단순 자영업이 아니라 창의적 비즈니스로 이런 활동을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AI 시대의 중심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다. 화면 너머가 아닌 현장에 서서 감각과 경험으로 창의성을 구현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주체라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것. 그것이 모 교수가 말한, '제3의 응전'의 출발점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