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역사를 가진 '과학상자' 브랜드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건 단순한 완구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기억이었으니까요."

틴고랜드는 과거 영실업에서 브랜딩과 상품기획을 맡았던 하현호 대표(사진)가 2018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키덜트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직접 창업의 길로 나섰다. 하 대표가 이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장난감의 주 소비층이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요즘은 어른들이 피규어, 블록, 굿즈를 더 많이 산다"며 "키덜트 시장은 이미 1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매년 20%씩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유아 완구 담당자들이 키덜트 시장으로 전직하고 싶다는 문의가 올 정도로 흐름이 바뀌었다"며 "어린 시절의 감성을 소비로 이어가는 세대가 본격적인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틴고랜드는 초창기 '추천 기반 캐릭터 유통 서비스'로 출발했다. 전 세계의 캐릭터 브랜드를 발굴하고 국내 소비자에게 추천하는 구조였다. 이후 자연스럽게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했고, 지금은 자체 브랜드와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를 결합한 큐레이션 중심 비즈니스로 방향을 잡았다.

"해외 브랜드를 단순히 수입해 파는 게 아니라, 하현호 틴고랜드 대표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해외로 유통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작가분들이 단순한 공급자가 아니라 브랜드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틴고랜드의 가장 상징적인 프로젝트는 '과학상자 리부트'다. 한때 아이들의 과학 놀이로 사랑받던 교육 완구 '과학상자'는 최근 시장 트렌드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하 대표는 "과학상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완구 IP인데, 이 브랜드가 사라지는 건 산업의 손실이라 생각했다"며 "IP를 인수해 새롭게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과학상자는 단순한 조립 완구가 아니다. 그는 "지수환 작가가 설계한 테크닉 블록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창작 활동을 유도하는 신제품으로 재탄생 했다"며 "와디즈를 통해 첫 제품을 공개했고,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틴고랜드는 '한국 IP를 다시 세계로'라는 구체적 비전을 세웠다. K팝, K뷰티에 이어 K완구와 K컬처 IP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틴고랜드의 핵심 플랫폼인 레벨투(LEVEL.2)는 키덜트 전용 프리오더 커머스로, 해외 브랜드부터 국내 작가 작품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를 통해 '브랜드 빌더(Brand Builder)'로 성장하겠다는 게 하 대표의 포부다.

그는 "미국의 사이드쇼, 일본의 반다이, 중국의 팝마트 등은 유통으로 시작해 자체 브랜드를 키워 성장했다"며 "틴고랜드도 그 길을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회사는 국내 대형 오프라인 유통사와 협업해 키덜트 특화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 중이다. 단순 진열이 아닌 체험형 콘셉트를 구상 중이며, 국내 작가들의 IP를 해외 제조사와 연결해 공동 제품을 생산하는 모델도 실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