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서 시각과 청각은 이미 디지털화됐습니다. 이제 남은 마지막 감각은 '후각'입니다."
딥센트는 향기를 데이터로 다루는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기술 커리어를 쌓고, 영국에서 MBA 과정을 마친 권일봉 대표(사진)가 2018년 창업했다.
그는 "삶의 과정에 집중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며 "IT·AI·바이오 융합 역량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분야를 찾다 '향기'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후각과 향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에도 후각은 여전히 아날로그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시각 콘텐츠는 넷플릭스로, 청각 콘텐츠는 스포티파이로 관련 산업이 계속 진화했다"며 "그러나 향기는 여전히 병에 담긴 오일로 존재한다. 이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야말로 블루오션이었다"고 강조했다.
딥센트가 만든 세상은 향수를 뿌리거나 디퓨저를 꽂는 대신, 스마트폰 앱으로 '지금 내 기분에 맞는 향'을 조합해 내는 세상이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 FOD(Fragrance on Demand)와, 공간 맞춤형 FaaS(Fragrance as a Service) 두 가지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FOD는 사용자의 시간, 장소, 감정, 목적에 따라 맞춤형 향기를 실시간 제공한다. 앱에서 레시피를 선택하거나 추천받으면, 기기가 즉시 향을 합성해 내뿜는다. 향의 종류나 농도도 조절 가능하다.
"향기에 사람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향기가 사람에게 맞춘다"는 권 대표의 철학이 담겼다. FaaS는 호텔, 리조트, 병원, 오피스 등 B2B 공간을 위한 실내 향기 통합 관제 시스템이다. 공간의 공기질과 사람의 동선을 감지해 적합한 향을 자동 분사하고, 건물 전체를 중앙에서 제어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개발사와 스마트오피스 서비스 기업 등에서도 협업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좋은 향기가 나는 공간의 제품은 더 비싸게 인식되고, 사람들은 더 오래 머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향은 '보이지 않는 브랜딩'이죠."
딥센트는 단순히 향기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넘어 디지털 후각헬스케어 기업으로 진화 중이다. 현재 국립대병원, KA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과 함께 수면 질환·스트레스·우울증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 설루션을 연구하고 있다.
권 대표는 "향기를 단순 소비재로 보지 않는다"며 "후각 자극은 뇌의 감정·기억 중추에 직접 작용하기때문에, 의료적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딥센트의 디지털 후각 설루션은 향, 냄새, 공기위생 등 후각 환경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바이오·AI 기술과 융합해 스마트홈, 메타버스, 헬스케어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향기 시장은 약 3조원, 글로벌 홈 향기 시장은 9조원 규모다. 딥센트는 이 중에서도 49조원대 수면시장, 121조원 규모의 멘탈 웰니스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딥센트는 인공지능(AI) 기반 향기 데이터베이스, 식물유래 천연물 연구, 방향성 약리 효능 원료 개발, 디지털 바이오마커 알고리즘 등 5가지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현재까지 등록 및 출원된 지식재산권만 50건이 넘는다.
딥센트는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권 대표는 "디지털 후각 서비스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 시간들이 결국 세계시장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만드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