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체 원익IPS(240810)의 주가가 최근 석 달 새 두 배 이상 뛰며 원익그룹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룹 내 2차전지 사업을 맡고 있는 원익피앤이는 자회사 부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익피앤이는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전기차 충전기 제조 자회사 피앤이시스템즈가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원익그룹은 자회사 합병을 통한 효율화와 신사업 확대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25일 2만7300원이던 원익IPS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6만5000원으로 138% 급등했다. 장중 한때 6만8800원까지 치솟으며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원익그룹의 2차전지 부문 역시 올해 들어 반등 조짐을 보였다. 2차전지 제조장비를 만드는 원익피앤이는 올해 상반기 매출 2215억원으로 전년 동기(965억원) 대비 130% 증가했다. 영업손익도 412억원 적자에서 7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3년 만의 실적 회복이다.

그래픽=정서희

하지만 중국산 저가 공세의 여파는 만만치 않다. 피앤이시스템즈는 2년 연속 적자를 내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23년 매출 132억원, 영업손실 36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매출 181억원, 영업손실 4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부채 205억원, 자본 마이너스(-) 15억원으로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원익피앤이는 100% 자회사인 피앤이시스템즈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지난 9월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통과시켰으며, 오는 12월 5일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합병 후 피앤이시스템즈는 소멸하고, 원익피앤이가 존속 법인으로 남는다.

합병 이후 원익피앤이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의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배터리 테스트 서비스' 등 신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2차전지 검사장비 '사이클러(Cycler)'를 생산하는 원익피앤이는 이를 기반으로 고객사 배터리를 직접 테스트해주는 서비스형 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금융기관으로부터 시설자금 100억원을 조달했다.

원익그룹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영업 효율과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것"이라며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재무 구조 개선과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