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콘텐츠 스타트업은 핵심 지식재산권(IP)이 있는 기업입니다. 여기에 기술 트렌드가 맞물리면 폭발적인 성장을 일으키죠. 3년 전에는 메타버스였고, 올해는 인공지능(AI)이에요.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입니다."

탁용석 경기콘텐츠진흥원 원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 경기도 판교 경기콘텐츠코리아랩에서 만난 탁용석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 원장은 '투자받는 스타트업'의 조건을 이렇게 설명했다. 1998년 CJ에 입사해 업계에서 20년간 몸담았고,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을 거쳐 2023년부터 경콘진을 이끌고 있다. "'정성과 전문성'이 삶의 철학"이라는 그는, 원장으로서 "진짜 정책으로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콘진은 2001년 설립된 경기도의 콘텐츠 산업 지원 기관이다. 경기도 콘텐츠 산업은 전국 콘텐츠 시장의 19%인 약 29조원 규모로 서울 다음으로 전국 2위를 차지한다. 경콘진은 동서남북에 존재하는 도내 4개 권역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며, 전문가 멘토링, 투자 연계, 판로 확대 등 종합적인 사업을 지원한다. 2024년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재원 74억원을 출자해 총 1080억원의 펀드를 결성했다.

탁 원장이 부임해 가장 먼저 손을 본 사업은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이다.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은 경기도 내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마련된 단계별 투자 유치 지원 프로그램이다. 탁 원장이 2023년 7월 부임한 후 기업육성총괄팀을 결성해 경콘진에 흩어져 있던 투자 프로그램을 성장 단계에 따라 '레벨업 시드', '레벨업 프리A', '가상융합 시드', '가상융합 프리A' 4개로 개편했다.

"이미 공공기관에서 크거나 작은 투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행사성 프로그램이었어요. 수요자인 스타트업 입장에서 보면 정말 어렵게 IR 행사에 갔는데, 혼만 나고 투자까지 연결이 안 되는 거죠. 수요자 관점에서 될 때까지 도와줄 수 있고, 언제든지 기업들이 많은 투자자를 만나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 두 가지에서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이 출발했습니다."

탁용석 경키콘텐츠진흥원 원장.

단계별로 지원 방식도 차별화했다. 투자자들이 성장 단계별로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콘진은 초기 기업에는 PoC(Proof of Concept·개념 검증)를 지원하고, 성장 기업에는 PMF(Product Market Fit·시장 적합도) 컨설팅을 제공한다.

"시드 단계 기업은 창업자가 사업에 대한 확신과 집중도를 얼마나 보여주는지를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중점적으로 평가합니다. 성장 단계에 들어서면 매출과 영업이익의 가능성이 얼마나 보이는가에 집중해요. 다만 창업가 정신은 모든 단계에서 투자자들이 공통으로 중시하는 요소입니다. 가능성을 실제 성장으로 연결하는 공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행사성 프로그램에서 그치지 않고, 구조화된 투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경콘진은 '재정 독립성'을 확보했다. 경기도 출연금과 기존 투자 성과금을 바탕으로 벤처캐피털(VC)과 협력해 펀드를 조성했다. 또한 경기 레벨업 인베스트 파트너스(G-VIP)를 통해 콘텐츠 기업에 투자 의향이 있는 VC나 액셀러레이터(AC)를 연결하는 간접 지원 방식도 도입했다.

"초기 투자는 투자 심의 과정에 참여하기도 어렵고, 투자 후 사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도 힘들어 투자자가 성과를 낼 확률이 낮습니다. 그래서 민간과 공공 모두 시드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죠.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콘진이 직접 펀드를 결성해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겁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경콘진은 2024년 35개 기업에 총 271억원의 투자 유치를 성공시켰다. 대표적으로 첨단 기술 기반 IP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 메타케이'가 올해 시리즈A에서 30억원을 유치했다. 기관의 위상도 크게 향상돼, 최근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가' 등급을 획득했다. 탁 원장 부임 첫해인 2023년 '나' 등급에서 2024년 '가' 등급으로 상승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탁 원장은 남은 임기 동안 콘텐츠 사업 강화와 AI 산업 육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거 정부가 문화 융성을 슬로건으로 건 적이 있지만, 콘텐츠 산업을 기초로 한 국가 도약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은 처음입니다. 새 정부의 코리아 이니셔티브 슬로건에 맞춰 경기도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사업을 발굴하고 강화하겠습니다."

"먼저 캘리포니아 할리우드처럼 경기도를 아시아의 스튜디오 허브로 도약시킬 것입니다. 또한 콘텐츠 분야 AI 확산을 위해 '대한민국 AI 콘텐츠 어워즈'를 더욱 글로벌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고, 컬처테크 혁신 펀드 조성 사업을 새롭게 추진해 경기도를 콘텐츠 창작과 소비의 중심지로 육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