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제품 전용 '티커머스(T-commerce)' 채널 신설을 추진하면서 업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이 유력 참여자로 거론되는 가운데, 포화 상태의 홈쇼핑 시장에서 새 채널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티커머스는 '텔레비전(Television)'과 '상거래(Commerce)'를 결합한 개념으로, 전화 주문 없이 TV 리모컨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생방송 중심의 홈쇼핑과 달리 사전 녹화 방식으로 운영돼, 중소기업이 재고 부담 없이 판로를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27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신규 티커머스 사업 승인권을 쥐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홈쇼핑 규제 개선 등에 따른 파급 효과 분석'이라는 연구 용역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홈쇼핑 산업 경쟁력 강화 TF'가 이 안을 토대로 홈쇼핑 재승인 규제 개선, 송출 수수료 산정 기준, 티커머스 규제 강화, 신규 채널 승인 등 4개 축을 집중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신규 티커머스 채널 사업에 참여할 유력 후보로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을 꼽는다. GS샵, CJ온스타일,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057050), NS홈쇼핑, 공영홈쇼핑, 홈앤쇼핑 등 7개 홈쇼핑 중 두 곳만 티커머스 사업권이 없는 데다, 이미 홈쇼핑을 운영하고 있어 방송 제작과 송출 장비를 갖추고 있어 티커머스를 병행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영홈쇼핑은 인력 충원과 조직 확대의 기회를, 홈앤쇼핑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숙원 사업인 홈앤쇼핑 상장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참여 의지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중앙회가 홈앤쇼핑으로부터 받는 배당금만 연간 약 33억원에 달한다"며 "상장 시 배당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전용'이라는 명분도 뚜렷하다. 공영홈쇼핑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며,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분 32.83%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 제품을 100%, 홈앤쇼핑은 80%를 판매하고 있는 만큼, 중기 전용 티커머스를 도입해도 운영상 부담이 적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농협, 우체국, 대형 유통사 등도 채널 확보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제기한다. 티커머스 사업에 필요한 상품기획(MD) 역량, 전국 조직망, 자본력이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선 중기 전용 티커머스 신설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미 홈쇼핑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채널 수만 늘어난다고 수요가 늘지 않는다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GS, CJ, 현대, 롯데, NS, 홈앤쇼핑, 공영홈쇼핑 등 7사의 총 거래액은 19조3423억원으로,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기 전용 티커머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객 만족도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전용 티커머스가 높은 소비자 기준을 만족할 만한 역량이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홈앤쇼핑의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경쟁력 있는 상품이면 소비자의 구매가 늘어난다"고 했다. 홈앤쇼핑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1% 증가한 171억원을 기록했다.
투명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홈앤쇼핑이 대주주 가족 회사 브랜드인 '로만손' 시계를 판매하며 방송 편성 및 할인 혜택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로만손은 사내 상품선정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30차례 방송됐다"며 "대주주 관련 회사가 내부 규정을 무시한 명백한 특혜 사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