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왓챠가 구조조정 담당 임원(CRO) 선임을 완료하고 영상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려는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왓챠는 금융권 출신의 CRO 선임을 완료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선임된 CRO는 2020년부터 활동해 10여 건의 회생 사건을 담당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필요에 따라 CRO를 선임할 수 있도록 인력을 미리 구성해 놓고 있다.
왓챠는 지난 8월 CRO 위촉 허가 신청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CRO는 회사의 회생 절차와 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조언 등 자문을 제공하고, 자구계획안 작성을 지원하는 외부 인사다. 회사 재무 상황과 정상화 방안 등을 확인·감독하고, 이 내용을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왓챠는 박태훈 대표이사가 관리인으로 경영을 이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경영 활동에 전념하고, 회생 절차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CRO 선임을 추진했다. 채권자와 법원의 신뢰 확보, 회사의 구조조정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다.
왓챠는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영상 서비스 제공 등 사업 정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중앙그룹 산하의 콘텐츠 제작사 SLL과 영상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자회사 더블유서비시즈에 자금을 대여해주기도 했다. 더블유서비시즈는 왓챠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객 상담과 서비스 품질 운영·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자금 대여는 회생 절차 개시 이후 결제망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됐다. 회생 절차에 돌입하자 결제대행사 측은 왓챠에 보증보험증권을 요구했다. 보증보험증권은 결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결제대행사가 사업자 측에 요구하는 장치다.
그러나 회생 기업인 왓챠는 보증보험증권을 발급받을 수 없어 자회사인 더블유서비시즈 명의로 증권을 끊고, 담보 제공자로 지정하기 위해 자금을 대여했다고 한다. 이 작업을 통해 왓챠는 콘텐츠 서비스 운영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를 유지했다.
왓챠는 미국 기업과 M&A 추진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박태훈 왓챠 대표가 미국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M&A를 알아보고 박 대표도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생 절차를 밟기 전보다 자금이 부족해지다 보니 결제대행사에서 대금을 주지 않아 문제가 됐다"며 "자금 대여 등으로 보증보험증권을 발급해주면서 대금도 입금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왓챠는 2011년 설립돼 영화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시작으로 2016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다. 영화 평점 등에서 강점을 보이며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았지만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2021년 주요 벤처캐피털과 개인 투자자에게서 49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투자를 유치했지만 지난해 11월 만기 도래까지 원리금을 갚지 못했다. 왓챠의 채권자인 인라이트벤처스는 법원에 회생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8월 법원은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