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지난 9월 24일 개봉한 이후 누적 관객 수 269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영화 촬영지가 된 제지회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촬영지 중 하나로 확인된 국일제지(078130)는 오너 2세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2년간 주식 거래가 정지된 곳이라 선정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25일 서울도심의 한 영화관에서 관객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21일 제지업계와 영화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지(027970)와 함께 영화 '어쩔수가 없다'의 촬영 장소로 선정된 제지회사는 국일제지였다. '어쩔수가없다'는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이병헌)'가 제지업계 인력 감축에 따라 돌연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재취업에 나서는 이야기다.

국일제지는 박엽지, 담배 포장용 지류 등 산업 용지와 특수지를 만드는 기업이다. 2018년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그래핀 개발과 양산에 나서면서 '국일그래핀'을 설립했고, 구글과 협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8배까지 뛰었다.

하지만, 2023년 3월 실적 부진으로 사채 원리금 230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국일제지는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최우식 국일제지 전 대표가 기업회생 신청 직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량 매도해 74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이후 외부 감사로부터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의견을 받았고, 경영진의 배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며 약 2년간 거래가 중지됐다.

그럼에도 국일제지가 촬영지로 선택된 이유는 다른 제지업체들의 '거절' 때문이다. 제지업계 한 관계자는 "영화가 제지 산업을 다루는 만큼 다양한 제지 기업에 촬영 제안이 갔지만, 산업 쇠퇴와 고용 감소 등 부정적인 맥락에서 다뤄진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 대부분이 촬영을 거절했다"며 "결국 국일제지가 촬영지로 선택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장 내부를 외부에 공개해야 하고, 촬영 기간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다른 제지업계 관계자는 "영화 촬영에 들어갈 경우, 공장 내부를 공개하는 것에 더불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부분이 있어 촬영 제안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혜성그룹 계열사인 한국제지 온산공장에서도 일부 장면이 촬영됐다. 1984년 설립된 한국제지는 인쇄용지, 감열지, 산업용 특수지 등을 생산하는 제지기업이다. 안재호 한국제지 대표는 "이번 영화 협찬을 계기로 '제지 산업은 쇠퇴가 아닌 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