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침해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늘면서 손해액 산정 비용을 지원받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관련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지원 금액은 9배가량 증가했다.

다만 중소기업 기술침해 사례가 연간 수백 건에 달하는 만큼, 관련 예산 규모를 늘려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Chat GPT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중소기업 기술 침해 손해액 산정 지원 건수는 1건에서 올해 9월 기준 14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중소기업에 지원된 금액은 2억4700만원으로 2023년(2700만원) 대비 약 9배 늘었다. 누적 지원 규모는 총 16개사, 금액으로는 5억2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손해액 산정 지원 사업은 2003년 처음 시작했다. 중소기업이 기술침해를 당하면 기술보증기금과 외부 전문가가 협업해 손해액을 산정한다. 손해액을 산정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10여 명에 달하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절차 특성상 비용이 커, 기술침해 피해를 본 중소기업은 이 단계에서부터 부담을 호소한다. 이 때문에 중기부는 손해액 산정 비용을 지원해 피해 사실과 규모를 명확히 하고 이후 분쟁 시 입증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침해 관련 소송을 준비 중이거나 행정 조사 절차를 밟고 있는 중소기업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과거 정부 보조율은 50%에 머물렀지만 ▲창업 기업 ▲대기업과 소송 중인 기업 ▲특허 보유 ▲혁신형 기업 ▲R&D 기업 ▲소상공인·소기업 등에 대해서는 보조율을 최대 90%까지 적용한다. 만약 대기업과 소송 중인(20%) 창업 기업(20%)이라면 최종 지원 비율은 90%이다.

문제는 제한된 예산이다. 총 4억원 규모의 사업비로는 기술침해 피해를 호소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다. 기업당 평균 3000만원가량을 지원해 손해액 산정 비용의 70~80%를 정부가 부담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

실제 중기부의 '2024년 기술보호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2023년 중소기업 기술침해 사례는 299건이었다. 올해 손해액 산정 지원 대상 규모가 15개사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은 전체 5% 수준에 불과하다.

중기부 한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다가 기술침해가 의심된다고 판단한 사건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며 "경찰이 손해액 산정을 요청한 사건만 처리해도 예산 대부분이 쓰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신청 기업 수도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기술침해 대응 강화 차원에서 관련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진욱 의원은 "중소기업 기술침해 피해는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손해액 산정 지원은 피해 기업이 정당한 배상을 받기 위한 첫 걸음인 만큼 정부가 예산을 확대해 많은 중소기업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을 빼앗기고도 소송 비용과 감정비 부담 때문에 법적 대응조차 못 하는 기업이 여전히 많다"며 "기술침해 피해 기업이 끝까지 싸울 수 있도록 손해액 산정과 법률 비용, 전문가 지원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