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미국 관세 대응 차원으로 반년 만에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3조원이 넘는 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등 무리한 사업으로 재정 리스크를 떠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무보는 지난 4월 미 관세 대응 긴급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이후 수출 기업 대상 유동성 지원 자금을 늘려왔다. 지난 4월 한 달에만 7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미수채권이 5조5582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한국무역보험공사 자료에 따르면, 무보의 수출 중소·중견기업 대상 유동성 지원 규모는 올해 6개월 만에 3조3327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중소·중견기업 대상 유동성 지원사업'은 중소·중견기업이 수출 자금 용도로 은행 대출을 받을 때 무보가 보증을 제공해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다.
무보의 미 관세 대응 긴급지원 TF가 구성된 지난 4월부터 월별 지원 금액은 ▲4월 7101억원 ▲5월 6672억원 ▲6월 6970억원 ▲7월 3974억원 ▲8월 4206억원 ▲9월 4403억원으로 총 3조3327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9월) 투입한 지원 금액 3조1930억원과 비교하면 1397억원 늘었다.
현재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미국의 관세 대응을 위한 무보 예산이 수십조원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24년 말 기준 무보의 국내 채권 발생액은 6조9115억원이었다. 이 중 회수금은 1조3533억원에 불과해 아직 회수되지 않은 미수채권은 5조5582억원에 달한다.
박상웅 의원은 "무역보험공사가 대미 관세 대응을 이유로 무리하게 재정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며 "매번 반복되는 미회수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한 "이재명 정부의 미흡한 한미 관세 협상 대응으로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8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측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을 이유로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피해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