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분쟁조정제도'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술분쟁조정제도가 시행된 2015년부터 2025년 9월까지 기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조정 신청은 총 256건이었지만, 이 중 조정이 성립된 건은 58건(2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사실 확인 불가', '피신청인 조정 의사 없음' 등의 사유로 중단된 건은 113건, 조정안이 제시됐음에도 당사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성립된 건은 116건 중 58건에 달했다. 기술 탈취 피해기업이 어렵게 조정 절차에 들어가도 상대방이 불응하거나 의도적으로 지연할 경우 제도가 무력화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간 '곰표밀맥주 분쟁'이 기술분쟁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대한제분은 맥주 제조 중소기업 세븐브로이와 2020년 '곰표 밀맥주'를 출시했지만, 2023년 세븐브로이와 계약을 종료한 후 다른 제조사인 제주 맥주와 협업해 '곰표밀맥주 시즌 2'를 출시하며 기술 유출 분쟁이 일었다. 이후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이 자사 기술을 경쟁사에 전달해 사업 활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대한제분을 중소벤처기업부에 기술분쟁조정을 신청했고 현재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서왕진 의원은 "정부가 기술탈취 근절을 외치면서도 정작 조정 단계에서 아무런 강제 수단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조정 불성립 사건에 대해서는 비식별화된 사건 요지와 경과를 공표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조정안에 준사법적 효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