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떠난 자리를 로봇이 채워야 합니다. 우리는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며 26년간 로봇만을 연구해 왔습니다."

국내 로봇 핵심부품 기업 로보티즈(108490)(ROBOTIS)의 김병수 대표(사진)는 인터뷰 내내 '노동 대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1999년 설립된 로보티즈는 국산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개발에 성공하며,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주목받는 독창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로보티즈의 슬로건은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다. 사람들이 기피하거나 이미 사라진 3D 업종의 일을 로봇이 대신해, 인간이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철학이다. 김 대표는 "AI 혁명이 피지컬 AI로 진화하면서 이런 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티즈를 알린 것은 '다이나믹셀(DYNAMIXEL)' 액추에이터다. 김 대표는 이를 "사람의 근육, 뼈, 신경을 하나로 묶은 모듈"이라고 비유한다. 모터, 감속기, 센서, 제어기, 통신부를 일체화한 올인원 장치로, 연구부터 상업용 로봇까지 전 세계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쓰인다. 복잡한 배선이나 조립 과정 없이 로봇 관절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로보티즈는 ROS(로봇 운영체제) 공식 플랫폼을 개발하며 연구·교육 현장에서 '표준 레퍼런스'로 자리매김했다. 거대 제조사가 아닌 부품 전문기업이 로봇 생태계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확보한 배경이다.

로보티즈의 기술은 이미 시민 곁에 와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역 일대에서는 음료 배달 자율주행 로봇이 운영 중이고, 양천구의 파리공원·오목공원·양천공원에서는 식음료 배달, 재활용품 수거, 주야간 순찰을 수행하는 로봇 '개미'가 활약하고 있다.

개미는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AI 기반 인식 기술로 사람과 장애물을 피해 주행하며, 엘리베이터와 자동문도 스스로 통과한다. 김 대표는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움직이는 물체를 감지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며 "로봇이 시민 일상 속에서 '작은 노동자' 역할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로보티즈의 또 다른 실험은 'AI워커(AI Worker)'다.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도록 만든 '피지컬 AI'다. 사람의 움직임을 학습해 따라 하고, 물류창고나 공장에서 물건을 옮기거나 분류하는 일을 맡는다. 김 대표는 "AI워커를 산업 현장에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사람의 단순 노동을 덜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로보티즈는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부품 수직 계열화를 통해 조달 비용을 낮추고, 과감한 설비투자(CapEx)로 제조 자동화를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중국 업체 대비 탁월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며 "AI워커 양산에 필요한 하드웨어 공급과 대규모 물리 데이터 확보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AI 기업과 협력해 시장을 선도하는 AI 일꾼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로보티즈의 매출 8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북미 시장 비중이 크다. 김 대표는 "다양한 글로벌 빅테크들과 협력 논의가 활발하다"며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시대가 본격화되면 해외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로보티즈는 초소형 액추에이터보다 3분의 2 크기의 고정밀·고성능 핑거 전용 액추에이터 개발을 앞두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 로봇 '개미'는 생산원가를 대폭 낮춘 5세대 버전을 제작 중이다. 김 대표는 "더 작고 정밀한 부품, 더 저렴하고 똑똑한 로봇을 통해 시장 보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