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제조·판매 기업 대동(000490)의 미국 법인(대동USA)이 현지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 신청은 대동이 대동USA의 전직 임원들을 상대로 낸 11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한 것인데, 업계에서는 대동이 본안 소송에서도 패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동USA 사옥 모습. /대동USA 제공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법원은 최근 대동USA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가처분 신청은 자사의 전사적 자원 관리(ERP) 시스템 운영을 맡은 키 파이낸스(Ki Finance)가 대동의 ERP 시스템 접근을 차단한 행위를 해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키 파이낸스의 ERP 시스템 접근 차단은 대동이 225만달러 규모의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이뤄졌다.

대동USA는 2022년 9월부터 자사가 데이터스캔(DataScan·대출 및 재고 관리 설루션 업체)과 개발한 ERP 포털 운영·관리를 키 파이낸스에게 맡겨왔으나, 지난해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대동USA는 키 파이낸스와의 계약을 파기하면서 포털 운영·관리 권한을 회수했다.

대동USA의 계약 파기는 2023년 12월 선임된 새 경영진 취임 이후 이뤄진 감사에서 비롯됐다. 대동USA가 해당 계약에 문제가 있었으며, 계약을 주도한 전직 임원들이 이를 통해 사익을 편취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동USA는 키 파이낸스는 물론 계약을 주도한 전직 대표이사와 최고재무책임자, 재무팀 직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동USA가 키 파이낸스에 지급한 820만달러의 대금을 환불하고, 각 피고인들이 회사에 입힌 손해를 보상하라는 내용이다. 대동USA는 피고들이 계약을 통해 77만달러의 사익을 편취했다고도 봤다.

하지만 법원은, 대동USA가 이러한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합리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키 파이낸스와의 계약이 부당한 내용이었으며, 피고들의 사익 편취를 위한 것이었다는 대동USA의 주장이 추론에 의한 것으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동USA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만큼,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동USA가 제기한 소송은 내달 약식판결(Summary Judgement)을 앞두고 있다.

한 변호사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은 본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대동USA가 불리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더욱이, 대동USA의 주장이 추론에 기인하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 법원 입장에 미루어 보면 대동USA 측이 무고한 전직 임원들을 괴롭힐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동 측은 "미국 법인에서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