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시장에 수출하는 대동 트랙터 가격을 전년보다 10% 올렸습니다."
강덕웅 대동(000490) 해외사업부문장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동 서울 사무소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국내 대표 농기계 기업 대동이 미 트럼프발 관세 폭탄 '정면 대응'에 나섰다. 대동은 1980년대 트랙터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에 진출, 현재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 트랙터 등 농기계를 판매하고 있다. 강 부문장은 대동의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대동의 해외 매출은 이미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대동은 전체 매출의 65.3%인 9249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 그중 북미, 유럽이 핵심 시장이다.
강 부문장은 "전 세계 트랙터 시장 규모는 연 53만대로, 북미가 20만대로 가장 큰 시장"이라며 "미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현지 가격을 전년 대비 10% 인상했다"고 말했다. 대동의 지난해 북미 가격 인상률 5%와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대동은 북미 시장에서 트랙터 가격을 올 상반기 2.5% 올렸고, 9월부로 7.5% 추가 인상했다.
북미 시장에서 경쟁 중인 일본 구보다가 올해 가격을 약 3% 인상한 것과 비교된다. 북미 1위 존디어는 현재까지 가격을 동결한 상황이다.
대동이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은 약 45년간 북미 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 경쟁력에 있다. 강 부문장은 '카이오티(KIOTI)'라고 부르는 대동의 강력한 북미 현지 딜러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북미 시장에 약 550개에 달하는 딜러를 두고 있다"며 "제품 교육은 물론 마케팅까지 판매 확대를 위한 모든 것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매년 역량 평가를 통해 우수 딜러의 전략을 공유하는 동시에 능력있는 딜러를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며 "올해 100개를 포함 2030년까지 북미 딜러 1000개를 확보할 계획이다"고 했다.
대동은 원활한 제품 공급을 위해 지난달 미 서부 워싱턴주 타코마(Tacoma)에 약 2만9421㎡(약 8900평) 규모의 물류센터도 신설했다. 트랙터 3200대 보관은 물론 농기계 2000대 조립이 가능하다.
강 부문장은 그동안 북미 시장에서 축적한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영업 전략 강화도 강조했다. 그는 "과거 북미 지역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판촉 행사를 했다면,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로 나눠 각각의 기업, 농가가 원하는 세밀화된 판촉 행사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현미경 데이터 분석, 판매 전략"이라고 했다.
강 부문장은 "미 관세 정책은 이제 시작"이라며 "추가적인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지난달 50%가 부과되는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 상품 407개를 추가로 발표했다. 철강, 알루미늄 등은 트랙터 제조 주재료다.
강 부문장은 "대동의 북미 수출 트랙터 제품마다 다른데, 현재 19~24%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며 "파생 상품 품목에 대한 미국의 추가적인 관세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관세가 낮아질 가능성은 희박하고,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며 "오는 12월 트럼프 관세조치에 대한 미 대법원의 판결 결과와 이후 시장 상황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동은 미 관세 대응과 함께 해외 시장 다변화 전략도 펼치고 있다. 특히 연 6만대 규모로 미국, 유럽(9만대) 다음으로 큰 트랙터 시장인 튀르키예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 부문장은 "올해 튀르키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며 "유럽은 물론 튀르키예 시장에서 그동안 대동이 쌓은 기술력과 현미경 데이터 분석, 판매 전략 등을 총동원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