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에 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의 노사 관리 부담이 커졌다.

법안의 핵심인 '사용자 범위 확대'를 두고 하청업체와 기업 간 분쟁이 발생하는 등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개혁청년행동 관계자들이 노란봉투법 입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들은 노란봉투법 통과로 노사 분쟁 가능성이 커질 것을 우려해 인력 운영과 노사 관리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일부 기업은 법무법인 등의 자문을 받아 노사 분쟁 발생 시 대응 시나리오도 검토하고 있다.

전날 국회는 재석 의원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법안 핵심은 '사용자 범위 확대'다. '사용자' 정의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달라졌다.

가령 A기업과 하청업체 소속 B씨가 직접 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B씨의 근로조건을 A기업이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B씨는 A기업과 협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울러 쟁의 행위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우려를 표명했다. 박평재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2, 3차 협력사와 근로자 상당수는 노조법 개정으로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며 "원청에서 파업이 생겨서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 협력사 매출과 근로자 소득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사용자성'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을 가늠하는 등 예상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한 법무법인의 노동 전문 변호사는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생겨날 것이고, 원청은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장에서 파업도 자주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정부는 여러 하청에 대해 원청이 무조건 사용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청이 하청업체 등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교섭 의무가 없으므로 교섭 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등을 지켜봐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짙다. 노란봉투법에 앞서 정부는 법인세 4개 과세표준 구간의 세율을 각각 1%p씩 올리기로 했다. 세법 개정으로 증대되는 세수 가운데 중소기업 부담은 6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경기도에서 부품 제조업 회사를 운영하는 C씨는 "최근 법인세 인상으로 경영 여건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노사 부담까지 커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비용은 물론 기업 운영에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은 분명하다"며 "파업이 자주 발생하면 원청으로부터 받는 일감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전반적인 노사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확실성의 증가가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잡코리아가 발표한 '2025 상반기 채용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채용 공고 건수는 작년 하반기 대비 8% 줄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채용 공고 건수는 1% 감소한 데 그쳤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채용 건수도 줄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의 모호성이 중소기업의 소송 부담 증가를 비롯해 기업 경쟁력 저하와 일자리 감소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의 구체적인 대안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