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극장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한 CJ ENM(035760)이 하반기 '명장' 박찬욱 감독을 내세워 반전을 노린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 사업에서 약 3년간 1600억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한 CJ ENM은 박찬욱 감독 신작을 중심으로 흥행과 콘텐츠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기대작들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영화 산업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의 모습./뉴스1

24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통계를 살펴보면 CJ ENM은 올해 상반기 영화 '하얼빈'으로 점유율 6.2%(관객 수 262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점유율 3.9%로 하위권에 머물렀으나 하반기 '베테랑2'가 7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점유율을 12%로 늘렸다.

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올해 상반기 '히트맨2'와 '승부'로 관객 수 568만명을 모으며 점유율 1위(13.4%)를 기록했고,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를 앞세운 롯데컬처웍스가 11.9%로 그 뒤를 이었다.

메가박스중앙과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각각 영화 '야당', '하이파이브' 등으로 점유율 11.1%, 10.9%를 기록했다.

CJ ENM은 최근 영화·드라마 사업에서 고전을 겪고 있다. 2022년 영화·드라마 사업은 연결 기준 매출 1조4242억원, 영업이익 7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영업손실 약 97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 매출 1조7046억원에 4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CJ ENM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2조4511억원, 영업이익이 293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영화·드라마 사업에서는 영업손실 243억원으로 부진했다. 영화·드라마는 CJ ENM 매출 약 32%를 차지하는 주요 사업이지만 최근 성장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정년이', '선재 업고 튀어'에 이어 올해 '서초동', '미지의 서울' 등 드라마가 화제성을 얻었지만 영화 부문 성과가 미진하다. 관객 수 감소 등 산업 침체는 물론 CJ ENM이 제작·배급한 영화 중 주목받은 작품도 드물었다.

박찬욱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여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뉴스1

CJ ENM은 하반기 개봉하는 작품으로 반전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주요 작품으로 꼽힌다.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소설 '도끼(THE AX)'가 원작이다. 배우 이병헌, 손예진 등 국내 대표 배우들이 출연한다.

해고된 직장인 만수(이병헌 분)가 재취업을 준비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로, 27일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됐다. 2012년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한국 영화로는 13년 만이다.

임윤아 안보현 주연의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도 CJ ENM 내부에서 기대하는 작품이다.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 분)를 감시하는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 분)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지난 13일 개봉한 후 누적 관객 수는 30만명을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어쩔수가없다'를 비롯해 최근 주목받는 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선보이는 '윗집 사람들' 등 기대작 개봉이 하반기 영화 시장 훈풍을 만들 수 있다"며 "CJ ENM도 하반기 라인업과 제작 전략에 따라 실적 회복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생태계 회복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송석주 영화평론가는 "최근 개봉작을 보면 웹툰, 소설 등 원작 의존형 콘텐츠가 대거 포진해 있지만 영화만의 해석과 미학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채 원작 인기만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독창적 시나리오를 발굴하고 실험적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산업적·제도적 환경 복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