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왓챠가 회생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구조조정 담당 임원(CRO) 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인수합병(M&A)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OTT 기업들이 각각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해외 투자자를 통해 경영 안정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왓챠 로고./왓챠 홈페이지 캡처

19일 OTT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지난 10일 CRO 위촉 허가 신청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CRO는 회사의 회생 절차와 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조언 등 자문을 제공하고, 자구계획안 작성을 지원하는 외부 인사다. 회사 재무 상황과 정상화 방안 등을 확인·감독하고, 이 내용을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법원은 2011년부터 회생 진행 중인 기업 경영자가 절차 관리인을 맡을 경우 CRO 선임을 통한 외부 전문가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기존 경영자는 경영 활동에 전념하고, 회생 절차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채권자와 법원의 신뢰 확보, 회사의 구조조정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된다는 장점도 있다.

왓챠도 관리인을 따로 선임하지 않아 박태훈 왓챠 대표이사가 관리인으로 경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박 대표는 CRO를 위촉해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직접 법원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 상황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잠재적 투자자와 인수 후보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최근 회생 절차에 돌입한 주요 기업들은 CRO를 선임했다. 법원은 티몬과 위메프를 비롯해 홈플러스도 CRO 위촉을 허가했다.

M&A 전문 변호사는 "CRO 위촉이 필수는 아니지만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으로 회생 절차를 밟게 될 경우 보고하지 않고 자금을 집행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감시하기 위해 법원이 CRO 선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왓챠가 선보인 숏폼 플랫폼 '숏챠'./왓챠 제공

왓챠는 해외 기업과 M&A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달이나 다음 달 초 해외 출장을 다녀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는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티빙과 웨이브 등 사업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자체 콘텐츠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낮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왓챠 인수에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실정이다.

남은 선택지는 해외 기업이다. 왓챠는 해외 기업과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며 인수자나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자가 등장한다면 왓챠 회생 가능성을 높이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사업자는 사실상 포화 상태인 데다, 경기가 좋지 않아 콘텐츠에 투자할 기업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해외에서는 K콘텐츠 인기가 높아 한국을 중심으로 한 OTT와 콘텐츠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왓챠는 2011년 설립돼 영화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시작으로 2016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다. 영화 평점 등에서 강점을 보이며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았지만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유율을 잃기 시작했다.

2021년 주요 벤처캐피털과 개인 투자자로부터 49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투자를 유치했지만 지난해 11월 만기 도래까지 원리금을 갚지 못했다. 왓챠의 채권자인 인라이트벤처스는 법원에 회생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4일 법원은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