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인 본투비 대표는 전산학 박사과정 시절 연구하던 헬스케어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호기롭게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의료 생태계의 높은 진입 장벽을 체감했다. 그는 "아토피 환자들이 긁는 횟수나 강도 등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의사들은 이를 실제로 사용할 동기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사업 방향을 틀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 대표는 캐릭터 작가가 꿈이었던 팀원의 관심 덕에 새로운 영역을 발견했다. 당시 소셜미디어(SNS)에서 그림을 올려 판매하는 창작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겪는 불편함이 눈에 들어왔다. '캐릭터 일러스트 작가 마켓 트웬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계기였다.
"예전엔 작가님들이 인스타그램 등 SNS로 그림 등을 올리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특정 기간에만 상품을 판매했고, 기존 대형 포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용해 주문받았죠. 그런데 재고 관리나 입금 확인 절차 등 기능이 없어서 창작자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해 보면 좋을 거 같아 서비스 개발에 나섰습니다."
이 대표와 팀원들은 2개월간 초기 모델을 개발했다. 재고 관리, 입금 확인 절차 등 작가 친화적 기능들을 추가했고, 작가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약 4일 만에 3000만원 규모의 거래가 일어났다. 시장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작가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유입되기 시작했어요. 현재 등록된 작가는 5000명이고 전체 회원 수는 약 40만명에 달합니다. 회원 대다수가 20대 중반의 여성이고요. 월 거래액 7억원을 기록한 적도 있었지만 초기에는 수익 모델이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앱 내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결제 금액 일부를 저희가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를 고안했습니다."
현재 트웬티 연간 거래액은 100억원, 본투비 매출은 약 4억원 수준이다. 트웬티는 많은 작가가 부업으로 활동하는 현실을 고려해 '판매 기간 설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판매자이기도 한 작가는 일정 기간만 제품을 제작·배송해 본업과 창작을 병행할 수 있다. 주로 작가가 그린 캐릭터의 티셔츠와 스티커, 문구류, 스마트폰 케이스 등이 트웬티에서 활발하게 거래된다. 최근 6개월 기준 재구매율은 65%에 달한다.
"트웬티는 자체 캐릭터 저작권을 보유한 작가님만 입점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캐릭터를 상품화하는 사람들은 들어올 수 없는 구조죠. 최근에는 작가님들이 캐릭터 도안을 저희한테 올리면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맞춤 제작되는 POD(주문형 생산) 연동 시스템도 개발 중입니다. 작가는 창작에 집중하고, 소비자는 '나만의 캐릭터 상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트웬티에 100만 명의 창작자가 활동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작가가 창작물을 올리면, 트웬티가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제작·배송하고, 이렇게 탄생한 다양한 캐릭터와 굿즈는 다시 소비로 이어진다는 구상이다.
"이 시장의 본질은 다양성입니다. 과거 시대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름 모를 캐릭터들이 많아졌죠. 거래액이 100억원이라고 한다면 사람마다 원하는 취향이 모두 달라졌고, 앞으로는 더 달라질 것입니다. 이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이 '트웬티'입니다. 태국이나 일본처럼 캐릭터 소비가 활발한 국가에서 '트웬티'가 잘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