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러닝은 가성비 높은 운동으로 여겨졌다. 운동화 한 켤레면 충분했던 시대에서, 이제 러닝은 수천억 원대 규모의 소비 생태계를 형성한 거대한 산업으로 변모했다. 유통·스포츠 업계는 국내 러닝 인구를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하며, 러닝화 시장만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퍼포먼스 중심의 러닝 스타트업 루디멘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MX사업부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허계선 대표가 2024년 2월 창업했다.
"한양대 경영학과 재학 중 이커머스와 온라인 광고에 큰 흥미를 느꼈고, 삼성전자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의 실전 마케팅을 경험할 수 있었죠. 그 모든 경험이 결국 러닝 브랜드 '러닉스(Runnix)'로 이어졌습니다."
루디멘터리는 러닝 특화 브랜드 '러닉스'를 통해 러너들의 니즈(요구)를 정조준하고 있다. 러닝벨트, 무릎 보호대, 트레일 러닝 베스트, 컴프레션 삭스 등 기능성과 착용감을 모두 고려한 제품군을 구성했고, 이 중 러닝벨트와 러닝 삭스는 누적 17만 개 이상이 판매됐다.
"러닝을 꾸준히 즐겨온 입장에서, 실제 유저가 겪는 불편함을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단순히 잘 팔리는 제품이 아니라, 진짜 러너에게 필요한 설루션을 고민하고 있죠."
자사몰 지표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7월 기준 약 4만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누적 월간 방문자는 약 20만명이다. 구매전환율은 4.3%에 달한다.
허 대표는 러닉스의 차별화 전략으로 ▲데이터 기반 마케팅 ▲플라이휠(Flywheel, 작은 추진력을 계속 더해 자기강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방식)▲민첩한 제품 개발 프로세스 ▲오프라인 커뮤니티 강화 등 4가지를 꼽았다.
"단순히 디지털 광고만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AI) 콘텐츠 제작과 광고 전략이 브랜드 메시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하죠."
플라이휠 전략은 브랜드 팬덤과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을 유도하며 제품 개선과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여기에 유저 피드백을 즉각 반영해 제품을 빠르게 개선하고, 러닝 클래스나 챌린지 같은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사용자와의 유대도 강화하고 있다.
그가 꿈꾸는 루디멘터리의 미래는 '살로몬'과 닮아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 브랜드가 신발과 의류 중심이라면, 살로몬은 장비 중심으로 차별화에 성공했어요. 러닉스도 단순한 러닝웨어 브랜드가 아니라, 러닝을 더 오래, 편하게,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 브랜드로 확장하고 싶습니다."
그가 창업을 결심했을 때 가장 큰 고민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작게라도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불안은 도전으로 바뀌었죠. 지금은 '이 브랜드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더 흥미롭습니다."
루디멘터리는 올해 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 대표는 "러닉스는 단지 러닝 용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다"며 "러닝을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지속가능한 러닝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