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사명을 지우고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닥터지(Dr.G)'만 편입하는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한때 10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으나 로레알은 닥터지만 운영하기로 결정하면서 브랜드 다각화 구상도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14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스위스 유통그룹 미그로스로부터 자회사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인수한 로레알은 최근 고운세상코스메틱이라는 사명 대신 대표 브랜드 '닥터지'만 편입해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로레알–고운세상코스메틱–닥터지' 구조가 '로레알코리아–닥터지'로 단순화되는 셈이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최근 고객사에 비건 브랜드 '비비드로우'와 메이크업 브랜드 '힐어스' 운영을 종료한다고도 공지했다. 해당 브랜드는 올해 말까지만 재고 운영과 판촉 등을 협의해 고객사와 매출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이 제시한 '10년 내 10개 브랜드'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 계획에 따라 2022년 비건 전문 브랜드 '비비드로우', 지난해에는 메이크업 브랜드 '힐어스'와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랩잇'을 출시했다. 하지만 비비드로우와 힐어스 모두 매출 구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올해까지만 브랜드를 운영하기로 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닥터지 제품만으로 향후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이라며 "내년에 브랜드는 물론이고 신제품 출시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도 변화를 겪고 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그간 주 2회 재택근무를 비롯해 수요일 점심시간 2시간, 직원 해외 워크숍 등 화장품 업계에서 복지가 좋은 편으로 평가받았다. 현재 진행 중인 사무실 리모델링이 끝나면 복지 제도에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목표 매출을 주 단위로 나눠서 집계하고, 이를 매출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대응 실무자가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디자이너 등 일부 직원이 닥터지가 아닌 로레알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업무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로레알 주도로 진행되는 운영 방식 변화는 과거 국내 화장품 회사 인수 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로레알은 2018년 패션·화장품 회사 스타일난다를 인수했다. 스타일난다는 색조 브랜드 '3CE'를 운영하는 곳으로 2018년 당시 매출 70%를 차지했다.
하지만 스타일난다는 2019년 매출 2695억원, 영업이익 618억원을 기록한 이후 이듬해 2020년 매출 2563억원, 영업이익 443억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부터는 영업이익이 300억원대에 머물렀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색조 화장품 시장이 성장세를 잃었고, 그 사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춘 화장품 회사들이 생겨 경쟁도 치열해졌다. 지난해 의류 사업도 철수한 데 이어 올해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3CE와 닥터지를 품에 안은 로레알은 시장 점유율이 높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국 시장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닥터지는 고운세상코스메틱 연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게 만든 국내 대표 브랜드로 수익 90%가량이 국내에서 발생한다.
로레알코리아 측은 "고운세상 사명을 쓰지 않거나 직원 복지에 관한 사항은 결정된 내용이 없다"면서도 "국내외 가장 큰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닥터지에 집중하고 시장에서 닥터지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