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을 위해 시행하는 '부담경감 크레딧'에 자산 기준을 두지 않아 수십억 원의 자산가도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가 사업자의 개인 자산을 파악할 수 없는 구조여서 제도에 맹점이 생긴 것이다. 이익을 기준으로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등 현금성 지원 정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8일 중기부에 따르면 부담경감 크레딧을 신청한 건수는 260만건을 넘어섰다. 전체 대상자는 311만명이다. 부담경감 크레딧은 연 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전기·가스 등 공과금과 4대 보험료, 통신비, 차량 연료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포인트를 최대 50만원 지급하는 사업이다.
크레딧 지급 기준에는 사업자 개인 자산 항목이 없다. 유흥업, 담배 중개업, 도박기계 및 사행성 업종 등 소상공인 정책 자금 제외 대상이 아닌 업종에 해당하고, 연 매출이 3억원 이하이면 고가 아파트에 실거주 중인 사람도 크레딧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서울에서 30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최근 부담경감 크레딧을 받았다.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 부업으로 무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A씨는 "회사 월급 외에도 무인 매장에서 소득이 발생해 비교적 여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출액이 1년에 1억원 수준이지만 매장 청소나 상품 진열 등 전반적인 관리를 직접 하거나 가족이 담당해 고정 비용이 적다"며 "업종에 따라 이익률이 달라서 더 많은 매출을 내고도 남는 돈이 부족한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매출이 아니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크레딧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출이 3억원 이상이지만 인건비나 원자재 등 비용으로 이익이 적게 남는 업종도 많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프랜차이즈 음식점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매출만 보고 지원 여부를 따지는 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기준"이라며 "매출이 5억원이 넘지만 직원 월급, 식자재 비용,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실제 이익이 적은데도 이번에 크레딧을 받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국세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매출액뿐"이라며 "자산이나 이익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크레딧을 대규모로 빠르게 집행할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며 "향후 유사 사업을 추진할 시 매장 이익이나 사업자 개인 자산 등을 고려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용역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수 부족과 국가 부채 등을 고려할 때 현금성 지원 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올해 정부 세수가 10조원 넘게 부족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5월까지 정부 수입보다 지출이 54조원 더 많았다. 국가채무는 12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정부는 세수 부족과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위해 국채를 발행했고, 중기부는 추경으로 확보한 예산 중 1조5700억원을 크레딧에 투입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필요한 사람들한테 필요한 만큼 줘야 한다"며 "선별 비용이 많이 들고 자산 등 확인하는 과정이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어 다 주는 것인데 (재원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회생·파산 절차를 밟는 사람 등 위험 신호가 명확한 대상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