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의 부상을 줄이고, 일상 속에서 신체균형을 개선하는 '인솔(insole, 깔창)'은 헬스케어와 스포츠 산업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영역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기성형 쿠션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진짜 '맞춤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제품은 많지 않다.

휴먼퍼포먼스랩(Human Performance Lab)은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이화여대 엘텍공과대학 이태용 교수가 2021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30년 이상 인체 움직임과 생체역학을 연구해 온 그는 오랫동안 국가대표 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스포츠 동작을 수치화 해 왔다.

"기술은 이미 갖춰져 있었지만, 이를 시장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했어요. 그래서 직접 창업에 나섰습니다."

핵심 제품은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맞춤형 인솔 '아이솔플러스(i-Sole Plus)'. 사용자의 자세, 보행, 체중 이동 등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1분 내외의 짧은 영상만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독자 개발한 영상 기반 정렬 분석 AI가 이 데이터를 해석해, 각 개인의 운동 특성에 최적화된 깔창을 설계하고 자동 제작까지 연동된다. 운동 시의 충격 흡수, 관절 정렬, 추진 효율까지 고려했다.

이 대표는 "i-Sole 착용 시 발목 충격은 최대 23.6% 감소했으며, 고관절 충격은 19.8%, 무릎 충격은 14.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축구와 러닝처럼 반복 충격이 많은 종목에서 효과가 두드러 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특수전사령부 장병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고, 현직 프로 운동선수 및 대학팀들과도 시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제품은 현재 국내 B2C(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예약 판매가 진행 중이며, 병원 및 물리치료 클리닉을 대상으로 한 B2B(스포츠팀 및 병원)·B2G(군, 학교, 관공서) 설루션도 개발 중이다.

휴먼퍼포먼스랩은 인도의 당뇨환자 대상 신발업체와 계약을 체결, 당뇨 합병증 위험군 대상 현지 특화형 깔창을 납품했다. 동시에 향후 베트남, 태국 등도 순차적 진출 대상국으로 검토 중이다.

휴먼퍼포먼스랩은 지금까지 여러 기술기반 정부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시드 투자 유치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실시간 자세 보정, 유소년 성장 관리, 노인 낙상 예방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설루션 회사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다. 회사는 2029년까지 612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창업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교수로서 오랜 시간 연구에 집중해온 만큼, 사업화 과정은 생소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가진 기술이 현실에서 쓰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연구자로서의 한계"라고 말한다.

"처음엔 많이 헤맸지만, 점점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사명감도 생겼습니다. 누군가가 더 오래, 덜 아프게 운동하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