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등 딥테크 투자 확대와 국내 스타트업·VC의 해외 진출, 이 두 가지가 한국벤처투자의 핵심 과제입니다."
이대희 한국벤처투자(KVIC)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가진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벤처 생태계의 전환점을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침체냐 도약이냐를 가를 분기점"이라며 "경제의 새로운 성장 키는 결국 스타트업과 벤처"라고 못박았다.
이날 이 대표는 한국벤처투자의 중장기 전략을 빼곡히 적은 노트를 들고나와, 기관의 방향성을 진지하게 설명했다. 또한 간간이 보인 미소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행정고시 제37회로 기획재정부 경제구조개혁국 국장을 거쳐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 중소기업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모태펀드를 조성해 운용한다. 현재까지 민간과 함께 44조원의 자펀드를 조성했다.
그는 지난 5월 취임 후 100일을 앞두고, 한성숙 중기부 장관과 차담회를 갖고, 뉴욕에 방문해 글로벌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벤처 투자 마중물 된 추경...딥테크 중심 투자, 강화할 것
이 대표는 최근 벤처 투자가 고금리 여파로 위축되며 극초기 기업의 자금 흐름이 막힌 점을 우려했다.
그는 "어떤 스타트업이 성공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기업에 자금을 분산해 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고위험 투자에는 민간 자본이 나서기 어려운 만큼 모태펀드가 리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35년 종료 예정인 모태펀드 사업의 연장은 필수"라며, 정책 자금 확대와 민간 자본 유입 유인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대표는 투자금을 늘리려면 결국 정책 자금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이재명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이 벤처업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새 정부 들어 퇴직연금 등 공적기금의 벤처투자 허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도 긍정적 시그널이다.
그는 "퇴직연금 등 연기금이 벤처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손실 보전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며, 한국벤처투자는 '플랫폼'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회수 시장 활성화도 선순환 구조의 핵심으로 짚었다. 코스닥 상장, M&A, 세컨더리 마켓 등 다양한 회수 채널이 마련돼야 VC들이 재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한국벤처투자는 AI와 딥테크 분야 중심의 투자 전략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모태펀드의 투자 방향은 딥테크가 될 수밖에 없다"며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처럼 AI·딥테크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부는 지난 7월 10일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한 예산 3100억 원을 모태펀드에 출자해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사업을 신설했다.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는 AI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에 출자한다.
◇국내 VC와 스타트업, 해외 함께 나가 동반 성장해야
이 대표는 "스타트업이 더 크게 성장하려면 해외 진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벤처투자는 미국 뉴욕과 실리콘밸리, 싱가포르, 중국 상해 등에서 총 5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실리콘밸리와 싱가포르 사무소는 최근 법인화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VC에 투자받는 것을 넘어서, 국내 VC가 해외로 나가 스타트업과 동반 성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전략 재편에 대한 고민도 밝혔다.
이 대표는 "현재는 거점을 마련하는 단계까지 왔다"며 "앞으로 기존 사업과는 다른 방향으로 (어떻게 글로벌 사업을) 그려나갈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지방 벤처 생태계 활성화도 그의 전략 중 하나다. 이 대표는 "지방은 인구 감소와 성장 정체로 위기 상황"이라며, "혁신이 살아야 지방도 산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국벤처투자는 지방시대 벤처펀드에 모태펀드 출자 비율을 60%까지 확대하고, 전국 4개 권역에 각각 1000억 원 이상 규모의 모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좋은 스타트업은 혁신하고 국민 생활에 기여하며 경제를 살리는 기업"이라고 했다. 결국 좋은 투자란, 국민 삶을 바꾸는 기업에 돈을 싣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벤처투자는 이런 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