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그룹이 고운세상코스메틱 인수 후 브랜드 '비비드로우'를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표 브랜드 '닥터지'에 힘을 싣고, 로레알과 결을 맞출 수 있는 메이크업 브랜드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이 출시한 '비비드로우' 제품들./비비드로우 홈페이지 캡처

29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고운세상코스메틱은 브랜드 비비드로우 운영 종료를 검토하고 있다. 비비드로우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이 닥터지 이후 19년 만인 2022년 선보인 비건 전문 브랜드다.

이듬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제품군을 확장하며 브랜드 육성에 힘썼다. 그러나 실무자 이탈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비비드로우를 온라인 영업 부서로 이관하는 등 운영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무신사 뷰티 페스타, 미국 아마존 등에 입점하기도 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03년 피부과 전문의 안건영 박사가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12월 로레알은 스위스 유통 그룹 미그로스와 자회사인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최근 새 식구인 로레알을 맞이하기 위해 사무실 리모델링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닥터지 직원들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재택근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초 '7월 구조조정설'도 돌았으나 구조조정 대신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출 1500억~1984억원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2260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핵심 브랜드 닥터지 매출이 약 90%를 차지하는 등 의존도가 높다. 비비드로우 출시 후에도 수익 구조에 뚜렷한 변화를 주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일부 비건 브랜드 매출이 감소하는 등 비건 시장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판단, 비비드로우 브랜드를 정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로레알에 인수된 후 비비드로우를 정리하고 닥터지도 신제품을 많이 안 내기로 했다"며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은 브랜드인 닥터지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지난해 3월 메이크업 브랜드 '힐어스'와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랩잇'을 출시했다. '10년 내 브랜드 10개 확장'이라는 중장기 전략도 세웠지만 로레알이 해당 목표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고운세상코스메틱 측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제품 잠재력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