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스타트업들이 연말에 진행하던 행사를 연중에 개최해 사업 방향성과 조직 문화를 점검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따라 사업 목표와 전략을 조정하고 회사 방향성과 구성원 개개인의 목표를 조화시키려는 시도다.

일러스트=Gemini

22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는 지난달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핏 스톱(Pit Stop)' 행사를 열었다. 핏 스톱은 자동차 경주 중 정비 공간으로 들어와 타이어를 교체하고, 차량을 정비하거나 연료를 보충하는 행위를 뜻한다. 뱅크샐러드는 차량 정비처럼 조직 성과와 전략을 전사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를 분기마다 마련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역시 지난달 '우아더원(Woowa The ONE)' 행사를 열었다. 매년 전 직원이 모여 상반기를 돌아보고 있다. 올해는 장충체육관에서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 등의 공연과 함께 사용자 경험(UX)과 인터페이스(UI) 디자인, 브랜드 전반을 개편하는 '배민 2.0' 리브랜딩 전략을 공유했다.

통상 기업들은 연말 행사에서 한 해 성과를 돌아보고 이듬해 과업 등을 공유했다. 회계연도와 업무 연도가 마무리되는 시기인 만큼, 기업들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행사를 열었다. 연말은 조직 내 피로도도 높아지고 업무 집중도도 떨어져 행사를 통해 성과를 격려하고 사기를 높였다.

최근에는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연중에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방향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고정된 연말 행사만으로는 변화하는 전략과 목표를 제때 반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분기나 상반기 종료 시점에 성과와 계획을 재조율하는 방식이 구성원의 몰입도와 업무 동기를 높이는 데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뱅크샐러드에 근무 중인 박모(29)씨는 "업무를 조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된다"며 "일방적으로 회사의 이야기를 듣는 행사가 아니라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상호 소통의 장"이라고 말했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도 매년 여름 '홈팀데이'로 전 직원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각 부서는 상반기에 목표에 맞게 프로젝트가 진행됐는지, 하반기는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꾸릴지 함께 논의한다.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홈팀 올림픽'을 개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연중 행사 문화가 점차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불확실한 경제 환경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 민첩한 의사 결정과 유연한 조직 운영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연중 행사를 통해 조직 내 소통이 활발해지고, 변화에 대한 저항감도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시점과 형태로 목표를 점검하면서 구성원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이고 회사와의 목표와 부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빠른 의사 결정과 실행력 향상뿐 아니라 조직 문화 경쟁력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