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태림포장 경기 시화공장 내 태림기술연구소. 기자가 가로 350㎜, 세로 255㎜ 크기의 골판지 상자 위에 올라섰다. 윗부분이 살짝 찌그러질 뿐 상자는 약 73㎏인 기자의 무게를 버텨냈다. 이 상자는 태림포장이 지난해 개발한 '고강도 경량 골판지 상자'다. 278㎏의 무게를 버틸 수 있다. 성인 남성 3명이 상자 위에 올라가도 거뜬하다는 것이다.
장정원 태림기술연구소 연구팀장은 "특수강화 원지를 적용해 기존 골판지 상자보다 종이 사용량은 최대 20% 줄이고 골판지 강도는 20% 향상한 친환경 제품"이라며 "약 50년간 축적한 태림포장의 페이퍼 원지, 골판지 기술이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상자는 현재 오뚜기, 동원F&B, 매일유업 등에 공급, 각 회사의 제품을 담는 박스로 사용된다.
7만5358㎡(약 2만2796평) 규모의 태림포장 시화공장은 고강도 경량 골판지 상자를 포함, 1㎡ 상자 기준 하루 평균 골판지 상자 100만개를 생산하고 있다. 1976년 설립된 태림포장은 본사, 기술연구소가 위치한 경기 시화공장을 비롯해 충북 청원, 경남 마산 등 전국에 9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골판지 상자 시장 1위다. 농산물, 식음료, 가전제품, 택배상품 등 다양한 제품을 포장하는 골판지 상자를 제조한다.
공장 내 생산 현장으로 향했다. "윙~ 더럭 더럭." 120m 길이의 컨베이어 구조의 골판지 생산 설비 '골게터(Corrugator)'가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3개의 원지가 골게터로 투입돼 위, 아래 원지 사이에 골심지(구불구불한 모양의 종이)가 들어가는 구조의 골판지가 생산됐다.
이후 사이즈 등 고객사 요구에 맞춰 커팅, 인쇄, 접합 공정 등을 거쳐 최종 골판지 박스가 제작됐다. 특히 시화공장은 로봇이 적재 과정을 100% 진행하고 있다. 조영묵 태림포장 시화공장 지원팀장은 "시화공장은 대량 생산에 자동화 시스템과 친환경 연구개발(R&D) 능력을 갖춘 국내 최고의 골판지 상자 제조 공장"이라고 말했다.
태림포장은 2020년 글로벌세아그룹에 인수된 후 '사람과 푸른 환경의 공존'이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친환경 경영 펼치고 있다. 고강도 경량 골판지 상자도 친환경 경영에 맞춰 개발한 제품이다. 태림포장은 지난해 '골판지 보랭상자(테코박스)'도 개발, 현재 시화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골판지 보랭상자는 아이스팩 사용 시 냉장육 보관 테스트 결과 21시간 동안 10도 이하를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이다. 현재 시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티로폼 상자(21시간 20분 온도 유지)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고, 스티로폼 상자 대비 창고 보관 면적을 최대 50% 줄일 수 있다.
태림포장은 온라인 쇼핑 증가에 따른 택배 시장 활성화로 실적 성장을 이어오다 2023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매출 7153억원, 영업 손실 165억원을 기록했다. 내수 경기 악화와 골판지 원지 가격 인상 등 원재료비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농심 계열사 율촌화학의 판지사업부를 인수하고, 청원 캠퍼스2를 건설하는 등 투자 비용도 컸다.
태림포장 관계자는 "골판지 포장재 선도업체로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지닌 혁신 제품을 끊임없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며 올해 2분기 흑자 전환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