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스포츠 음료 생산 공장. 캔 음료가 컨베이어를 따라 지나가자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표면 상태를 3차원으로 확인해 주는 특수 카메라가 제품 하나하나를 확인한다. 찌그러짐이나 라벨 미부착, 인쇄 오류 같은 이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오류를 걸러낸다. 이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는 공정 개선 방향으로도 활용된다. 이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에스엠해썹(SMHACCP)이다.

장성묵 에스엠해썹 대표

장성묵 에스엠해썹 대표는 2020년 6월 식품 제조업 특화 디지털 운영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주목한 시장은 약 24조원에 달하는 국내 스포츠 식음료 제조 산업이다. 스마트 팩토리 보급률은 22.6% 수준에 머무는 분야다. 제조·사무 자동화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장 대표는 AI를 활용한 자율 제조가 식품 분야에서 수요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스엠해썹은 제조 전 과정을 자동화·자율화하는 설루션을 제공합니다. 스마트 팩토리 수준을 넘어 자율 제조를 구현하는 것이죠. 중량 편차로 인한 원가 손실과 고객 불만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정별로 수집된 온도, 습도, 시간 등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 편차나 이상 징후를 사전에 예측하고 공정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제안을 제공한다. 식음료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위해요소를 수집해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즉시 알리고 이력도 저장한다. 현장 작업자 없이도 스마트 HACCP(디지털 기반 자동 식품안전관리 시스템) 인증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수주, 생산 지시, 실적 집계, 품질 이력, 재고관리, 출하까지 전 공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습니다. 포장, 상자 적재, 송장 출력과 부착 공정에는 로봇을 연동하죠. 인력 공수를 줄이고 공정 오류를 줄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AI가 제품 인식 오류를 나타내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은 AI 에이전트다. AI 에이전트는 결정과 행동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공정마다 AI 에이전트가 배치돼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품질 기준 판단, 이상 감지와 조처를 자율 수행한다. 학습 기반 알고리즘으로 판단과 실행이 결합한 AX(AI Transformation)를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

"스포츠 음료 회사 외에도 샘표식품, 삼양사, 도드람 푸드시스템 등 50여 개 고객사를 확보했습니다. 100건 이상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제품 신뢰도도 얻었죠. 2023년에 16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41억원, 2028년까지 연 248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고객사는 사스(Software as a Service·SaaS) 기반 요금제로 월 30만원 내외를 지불한다. 이 밖에도 에스엠해썹은 정부 스마트공장·HACCP 사업과 연계해 보급 속도를 높이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에스엠해썹은 '운영을 설계하는 기업'입니다. 고객이 기술을 이해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우리가 생각하는 디지털 전환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식음료를 넘어 바이오, 제약, 화장품 같은 유사 공정 산업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넘어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테스트 베드도 준비하는 중이죠. '자율 제조 플랫폼' 완성을 이뤄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