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의 한 상가 지하. 예약한 시간에 맞춰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조용한 테니스 코트에 공을 자동으로 보내주는 기계가 놓여있다. 기계에서 테니스 공은 나오지만 직원과 코치는 보이지 않는다.

'TGRV'(테니스 그루브)라는 브랜드로 운영되는 이곳은 스타트업 '대원넥스트'가 만든 무인 실내 테니스장이다. 사람 없이도 공간과 장비, 결제 시스템이 모두 연동돼 돌아가는 실내 테니스장은 스포츠 무인화의 실험장이자 일상 속 테니스의 대중화를 노리는 실전 무대다.

대원넥스트가 만든 무인 코트장.

대원넥스트는 2020년 3월 설립돼 약 3년 뒤부터 양천구에 두 개의 무인 테니스장을 냈다. 액셀러레이터 출신인 방진 대원넥스트 대표는 테니스 인기가 빨리 식은 이유로 "진입장벽이 있는 스포츠"라고 진단했다.

그는 "테니스는 1년 이상 배워야 다른 사람과 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며 "하지만 레슨 비용이나 코치들의 태도 등 다양한 요인으로 중간에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원넥스트는 기존 테니스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직원 없이도 테니스를 칠 수 있도록 코트 운영에 필요한 요소들을 기술로 대체했다. 코치가 없어도 공을 칠 수 있고, 무인 키오스크로 예약이나 결제, 센터 출입도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에는 레슨 프로그램도 추가해 원한다면 코치에게 레슨도 받는 체계도 만들었다. 누적 참여자 수 1500명이 새로운 테니스 문화에 동참했다.

방 대표는 "일반적인 레슨 비즈니스는 코트를 보유한 운영자가 코치를 고용하는 구조다 보니, 임대료나 관리비 등의 부담이 코치의 수익 배분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코치 입장에서는 수익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대원넥스트는 능동적인 코치가 직접 수강생을 모집하고, 센터는 공간 사용에 따른 수수료만 받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꿔서 코치에게 더 많은 자율성과 수익을 보장한다"고 덧붙였다.

방진 대원넥스트 대표.

나아가 무인 참여형 스포츠 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설루션을 개발·공급에도 힘을 싣고 있다. 예약, 결제, 출입, 장비 작동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설루션으로 운영 비용 절감은 물론 이용자들이 언제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테니스뿐 아니라 풋살, 피클볼(테니스와 배드민턴, 탁구를 섞은 듯한 새로운 스포츠)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방 대표는 "테니스는 단지 테스트 베드다. 장비 연동 기술과 커뮤니티 운영을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 역량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인 스포츠 센터를 시작으로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후 대회까지 진행하는 플랫폼을 구상 중"이라며 "공간이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대원넥스트와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는 '핑팟'은 기업가치 약 830억원, 지금까지 26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다. 대원넥스트는 올해 무인 테니스 매장 2개를 늘려서 총 4개 매장을 운영하고 내년에 풀 코트장을 만들 예정이다. 동시에 설루션 기술개발과 커뮤니티 형성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방 대표는 "'TGRV' 브랜드를 프리미엄으로 자리를 잡도록 해서 스포츠 패션과 잡화 사업도 구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