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전쟁 중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도 중국이 굴복하지 않은 이유는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나 개인도 인공지능(AI) 시대라는 미래를 살아가려면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AI 기초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투자 회복기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혹한기 기준으로 스타트업을 심사한다. 성장 가능성뿐만 아니라 실제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내는지 등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

전화성(왼쪽) 씨엔티테크 대표와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C포럼 2025'에서 '스타트업의 성장과 투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조선비즈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AC) 씨엔티테크와 조선미디어그룹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개최한 'C포럼 2025'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C포럼은 스타트업과 다양한 생태계 관계자들이 연결되고(Connect) 협력해(Collaborate)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도록(Create) 돕는 행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3회를 맞은 'C포럼 2025'는 카이스트(KAIST)가 참여해 '시장은 다시 움직인다, 우리는 어떻게 검증하고 성장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투자자 및 스타트업 관계자 7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오프닝 세션에는 국내 벤처 창업가 1세대를 대거 배출한 '벤처창업 대부'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무대에 올랐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와 '기술과 창업정신의 교차점, AC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를 주제로 기조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이 총장은 창업 정신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했다. 그는 "창업은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 기술을 사회에 실현해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게 첫 번째"라며 "돈을 벌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주위에 돕는 사람이 적어지고, 대의를 가지면 주위에 많은 사람이 도와준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회사들은 대개 ESG나 사회봉사 개념을 가지고 출발하고 훌륭한 회사로 무럭무럭 자란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AI 창업에 관한 인사이트도 전했다. 그는 "AI는 모델이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핵심 기술과 응용 분야로 나뉜다"며 "국가적으로는 AI 모델을 만드는 그룹이 있어야 하고 개인 창업자들이 AI를 응용하는 분야에 도전해야 자금 유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처럼 인터넷 기본 이론, 네트워크 등도 해야 하지만 부가가치는 인터넷 서비스에서 나온다"며 "우리가 제조업이 강하므로 제조 시스템에 관한 AI나 헬스케어 AI 등을 특화할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도 잘 못하고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C포럼 2025'에서 참가자들이 스타트업의 투자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조선비즈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투자 회복기의 투자 심사 기준을 설명했다. 그는 "회복기라고 심사 기준이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보다 보수적으로 평가했던 혹한기의 기준이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전환율, 반복구매율, 투자수익률 등 스타트업이 실제 성과를 내는지가 중요한 평가 포인트"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스타트업 서비스 및 제품의 시장적합도(PMF)와 리스크 관리 능력도 강조했다. "시장 진출 이전 단계에서 가능성을 보는 게 아니라 시장 진출 이후 그리고 기술 검증(POC)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초기부터 핵심성과지표(KPI)를 추적하고,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있다."

홍종철 인포뱅크 아이엑셀 대표 역시 "투자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여전히 혹한기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심사한다"며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뿐만 아니라 실제 매출을 올리는지 등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 더웰스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벤처 정신의 본질을 역설했다. 그는 "벤처의 속성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며 "최근 투자 트렌드를 보면 안정적으로 원금을 보장하고 리턴할 수 있는 투자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벤처의 속성을 잃은 투자라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또한 "금융 자본은 물론 '(인적) 관계 자본'도 중요하다"며 "투자를 받고 성장하는 것은 한순간 끝날 수 있지만, 창업가가 망했을 때 실패 자산을 존중하고 다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관계 자본에 달렸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C포럼 2025'에서 '소셜 임팩트 기반의 스케일업'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조선비즈

포럼 참가자들은 '임팩트 투자'를 주제로 한 심도있는 토론도 나눴다. 투자행위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나 기업에 돈을 투자하는 행태를 뜻한다.

김문규 카이스트 경영대학 임팩트 MBA 교수는 "창업을 통해 임팩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오래가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창업을 단지 시간이나 자원을 투입한 후 잭팟을 터뜨리는 도구로만 생각하지 않고, 인생 가운데 흘러가는 여정으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창업자가 문제가 어떤 것이고, 고객들이 어떠한 고통을 받고 있고, 그들에게 어떤 설루션을 주어야 하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전반적인 과정을 알아야 한다"며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이런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한명수 우아한형제들 CCO(Chief Creative Officer)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즐거운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CCO는 "기업이 성장할 때는 온갖 문제와 절망의 순간에도 성장만으로 이겨낼 수 있지만, 기업이 정체되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는 다양한 조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리더가 일희일비하면 회사 전체가 일희일비하게 되는 만큼, 위기에 대응하는 창업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