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디지털화되지 않은 시장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만 재활용 시장은 디지털화되지 않은 영역이 많아요. 리사이클렛저는 재활용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원의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리사이클렛저의 김기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김기종 리사이클렛저 대표. /리사이클렛저 제공

2020년 설립된 리사이클렛저는 재활용 자원의 공급망을 추적, 사용 이력 데이터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현재는 재활용 자원 중에서도 바이오 연료의 주된 원료인 폐식용유 데이터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2020년대 들어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재활용 자원 사용을 의무화했지만 자원의 사용 이력을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했다. 자원의 수거부터 최종 사용까지 전 과정이 수기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이 새 자원을 재활용 자원으로 속여 사용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사례도 증가했다.

리사이클렛저는 블록체인 기반 사물인터넷(IoT)과 AI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보통 폐식용유는 최초 배출된 후 1·2차 수거상, 바이오자원 생산자를 거쳐 수출기업에 거래되는데 리사이클렛저는 전 과정이 디지털로 기록되도록 한다.

수거상이 플랫폼 내 AI 이미지 인식 촬영이나 자체 제작 유량계, '스마트 스케일(scale·저울)' 등 전문 장비를 활용해 폐식용유 수거량을 확인하면 해당 데이터는 웹에 저장, 추후 인증 기관 제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리사이클렛저는 국가별로 폐식용유 용기 규격이 다르다는 데 주목, 제8회 서울혁신챌린지에서 폐식용유 무게를 자동 측정해주는 '어답티브 스마트 스케일'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용기 위에 올려두면 높이 정보값으로 무게를 측정해주는 기존 스마트 스케일은 국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국내 폐식용유 용기가 대체로 규격화된 덕분이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 폐식용유 용기가 다양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리사이클렛저의 '어답티브 스마트 스케일' ./현정민 기자

김 대표는 "AI 머신러닝으로 부피비 측정 기술을 개발했다"며 "'어답티브 스마트 스케일' 제품으로 해외에서도 폐식용유를 수월하게 수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제품은 현재 스페인, 말레이시아에서 PoC(Proof of Concept·제품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는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있다.

리사이클렛저는 해외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 연료 인증 기관 2곳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리사이클렛저 내에서 이뤄진 폐식용유 추적 거래 건수는 102만6644건에 달한다. 국내 특허 3건, 해외특허출원(PCT) 2건, 해외출원 1건을 취득했다.

리사이클렛저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유량계, 스마트 스케일 등 하드웨어를 함께 개발했다는 점이 경쟁사와 차별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미국, 영국의 경쟁사는 수거상이 용량을 직접 재서 입력해야 한다"며 "리사이클렛저는 용량을 직접 계산·기록해주는 하드웨어를 갖춰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듣는다"고 말했다.

향후 리사이클렛저는 재활용 자원 전체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동물성 기름, 어유, 플라스틱, 배터리 등 다양한 재활용 분야의 데이터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밝혔다.